투수로서 보기 드문 MVP 수상. 사이영상 3회, 방어율 1위 5회, 탈삼진왕 4회, 그리고 올스타 7회 선정까지. 유니폼을 벗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의 수상내역이 아니다. 이제 막 30대에 진입한,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활약 중인 LA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30)의 이력이다.

ESPN은 27일 지난 19일 30번째 생일을 맞은 커쇼의 성장과정을 집중조명했다. 데뷔 첫 해 제구 난조에 시달렸던 유망주 투수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투수가 됐는지를 돌아봤다.

시작은 정확히 10년 전인 2008년이었다.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다저스에 지명된 커쇼는 2년 후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20살 어린 투수에게 빅리그는 절대 만만한 무대가 아니았다. 당시 커쇼는 22경기 107.2이닝을 소화하며 5승 5패 방어율 4.26을 기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구였다. 탈삼진 100개를 기록했지만 볼넷도 52개에 달했다. 9이닝당 볼넷 4.3개로 지금의 커쇼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수치다.

다저스는 커쇼의 제구를 잡고 구종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만남은 커쇼와 다저스 모두에게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2008시즌 다저스 사령탑이었던 조 토리 감독은 커브의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던 커쇼를 두고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없다면 너는 그 구종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너는 슬라이더 원피치일 뿐"이라고 충고했고 이후 커쇼는 커브의 완성도를 점점 높였다. 슬라이더의 각도와 움직임도 허니컷 코치의 지도를 통해 매년 더 날카로워졌다.

다저스는 커쇼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집중했다. 2008 스프링캠프 기간 중 좌완 레전드 샌디 쿠팩스를 초청해 커쇼와 면담을 추진했고 커쇼의 멘토로 삼기 위해 그레그 매덕스도 영입했다. 당시 매덕스 영입을 추진했던 네드 콜네티 전 단장은 "매덕스는 내가 아는 야구 선수 중 가장 천재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는 동료 투수는 물론 동료 타자들까지 보다 영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당시 다저스의 멤버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마크 스위니는 "커쇼가 매덕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스타워즈에 나오는 제다이와 제다이 마스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쿠팩스와 있을 때는 언젠가는 커쇼가 쿠팩스에 근접한 기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 커쇼는 제구는 좋지 않았지만 공의 움직임이 그만큼 뛰어났다. 제구만 되면 타자가 칠 수 없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졌다"고 회상했다.

콜네티 전 단장의 의도는 적중했다. 커쇼는 지금까지 7차례 200탈삼진 이상 시즌을 만들며 쿠팩스가 지닌 6시즌 기록을 뛰어 넘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밖에 없었던 투수에서 탈피해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고르게 던지는 투수가 됐다. 9이닝당 볼넷은 2011시즌부터 2.5개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5개를 기록했다.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도 환경에 따라 성장속도는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20대에 이미 리그를 정복한 커쇼의 성장배경에는 롤모델로 삼을 만한 대투수들과 자신의 단점을 뾰족하게 지적한 지도자, 그리고 성장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한 투수코치가 있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