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품목 발효시 미국산 대두·자동차 보복대상 올릴 것"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이 이번 주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품목을 발표하게 되면 중국도 또다시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등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은 3일 미중 간 통상 갈등과 물밑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의 계속된 '관세폭탄' 공격에 중국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지난 1일 철강과 알루미늄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폭탄 공격에 맞서 미국 수입품 128개 품목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패권경쟁의 전초적 성격인 미중 무역전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중국의 전의가 읽힌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은 예상보다 강력하지는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 미국산 대두나 쇠고기, 자동차 등 영역은 보복관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추후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중국은 기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보복 조치에는 손대지 않은 채 이번 관세 부과품목 발표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및 그에 따른 조처로 인한 손실에 대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이 매우 자제한 조치로 국지전으로 대타협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결국 미국 조치에 하나하나 맞불을 놓는 식으로 대응하되 협상 가능성을 남겨놓고 먼저 전선을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판허린(盤和林) 재정부 중국재정과학연구원 응용경제학 박사는 "현재 미중 무역전쟁은 시작 단계로 그 영향도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을 뿐"이라며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통상 갈등 고조에 따라 더 많은 업종이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레고리 무어 닝보(寧波) 노팅엄대학 국제학 교수도 "중국의 이번 보복관세는 무역전쟁의 수많은 전장에서 또 다른 '사격 개시'일 뿐"이라며 "양측의 이런 전투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 교수는 "이런 종류의 무역전쟁 초반에는 일부 협상도 진행되면서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취하는 모든 것에 똑같이 보복의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오는 6일까지 발표해야 하는 관세 부과 품목에 중국의 제조업 육성프로그램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첨단산업 품목들이 대거 포함되면 중국은 곧바로 미국산 대두를 올릴 전망이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중국 재정부장도 지난주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비행기를 표적으로 한 더욱 고통스러운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항공기의 최대 시장이고, 중국의 자동차시장도 미국에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궁중(공炯)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중국의 다음 표적은 대두일 것"이라며 "대두는 중국에 매우 효과적인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추가 조처를 하면 대두에 이어 자동차와 비행기도 테이블에 올려질 것"이라며 "모든 것이 미국에 달렸다. 공은 미국 쪽에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최근 조치들은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것들로 평가된다. 이 중에서도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업중심의 주(州)를 겨냥한 것으로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

하지만 중국은 보복의 채찍을 준비하면서도 미국에 시장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의 '당근'을 줄 태세도 엿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한 포럼에서 "무역전쟁에 승자는 없다"면서 강제 기술이전 문제를 종식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도 최근 비자, 마스터카드 등 미국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27조 달러 규모의 중국 지불결제 시장을 외국 기업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궁 교수는 "중국의 양보가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측이 중국의 실행 의지를 믿지 못하고 이들 약속이 이행될 때까지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