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여성이 생후 2개월 된 딸을 품에 안고 대학교 입학시험을 친 모습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지자 각계의 지원이 쇄도해 화제다.

여성 교육에 호의적이지 않은 아프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보여준 뜨거운 향학열에 감동한 인사들이 대학 4년간의 학비 일체와 주거비 제공을 약속하면서 꿈에 그리던 학업의 뜻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9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아프간 중부 다이쿤디 주의 한 시골 마을에 살던 자한타브 아마디(25)는 지난달 16일 어린 딸과 함께 버스를 타고 10시간을 이동한 끝에 주도인 닐리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대입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아프간에서 여성으로는 흔하지 않게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10대 때 농부인 남편과 결혼해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면서 학업을 중단했던 아마디는 이날 못다 한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고자 품에서 떼 놓을 수 없는 딸 케즈란을 안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야외에 책걸상을 놓고 시험을 치르는 터라 내리쬐는 햇볕에 지친 아마디의 딸은 울기 시작했고, 아마디는 딸을 달래기 위해 의자에서 내려와 앞자리 수험생의 의자가 만든 그늘에 앉아 딸을 무릎에 누인 채 문제를 풀어나갔다. 때때로 딸에게 젖을 물리기도 했다.

이러한 아마디의 모습을 시험장에 있던 한 교수가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사진은 몇 시간 만에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아마디는 금세 아프간 여성의 교육열과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로 부각됐다. 아마디는 더구나 아프간에서 종종 테러의 대상이 된 이슬람 시아파 하자라족 출신이며 그의 남편은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아내가 공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사연도 알려졌다.

아마디는 대입 자격시험에서 200점 만점에 152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수도 카불에 있는 사립대학교 카텝 대학교는 아마디에게 경제학과 입학을 허가했다.

아마디의 사연을 들은 파르쿤다 자라 나데리 전 의원은 아마디의 4년 학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모함마드 사르와르 다니시 부통령은 아마디가 집을 떠나 카불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거주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아마디의 사진에 감동했다는 댓글을 잇달아 달았고 아프간 청년 연합은 아마디의 학비를 지원하자며 캠페인을 벌여 며칠 만에 1만4천 달러(1천500만 원)를 모금하기도 했다.

아마디는 BBC와 인터뷰에서 "시험장에서 다른 수험생에 방해된다며 감독관이 쫓아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졸업 후에는 교육과 지식에서 소외된 우리 지역 여성을 위해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아프간에서는 어린이 950만 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350만 명이 학교에 한 번도 다니지 못했다고 AP는 전했다. 특히 학교에 다니지 못한 350만 명 가운데 75%가 여성이고, 학교에 다닌 여성도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멈출 정도로 여성 교육에 대한 인식이 낮다.

아마디의 사연을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알린 시민운동가 자라 야가나는 "아프간에서 여성의 삶은 여전히 매우 힘들다"면서 "50년이고 100년이고 국제사회가 나서 이곳 여성들의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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