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품 떠난 탕자가 다시 돌아오 듯 "집으로, 집으로…"


25-29세 젊은이들 33%가 부모·조부모와 동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증…취업·결혼 힘든 탓
한인 가정도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층 비율 늘어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구해 지난 4년간 부모를 떠나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던 크리스 김(31·여)씨는 지난해 말 부모 집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새로 취직한 회사의 봉급이 적어졌고 같이 살던 룸메이트가 나가면서 비싼 렌트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재정적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돈에 쫓기는 생활에 몸도 마음도 여간 피폐해진 것이 아니다"라며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와 계속 함께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캥거루족'의 비중이 7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취업과 결혼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 부모와의 동거를 택한 탓이다. 최근들어 한인 가정에서도 나가 살다가 다시 부모 집에 돌아와 함께 사는 20~30대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매체 쿼츠는 최근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 후반 성인의 비율이 194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10일 전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25~29세 성인 중 33%는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40년 32%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자 13%를 기록한 1980년의 약 3배에 이른 것이다. 1990년에는 19%에 그쳤다. 퓨리서치는 앞서 2014년을 기준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130년 만에 처음으로 18~34세 성인이 부모와 거주하는 비중이 배우자와 함께 사는 비율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이가 늘어난 이유는 청년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보수가 좋은 직장을 가지기 어렵고 결혼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직장을 가진 젊은 남성의 비율은 84%에 달했으나 2014년에는 18~34세 남성 중 71%만이 고용됐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청년 소득은 감소세를 보였다.

결혼을 미루는 사람이 늘면서 초혼 중간 연령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높아졌다. 오늘날 25세 이상 성인 중 4분의 1은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쿼츠는 직업과 배우자가 없으면 부메랑처럼 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택할 확률이 크다고 전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청년의 비율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2007~2009년에는 급격히 증가했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세대 가구의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으나 경기침체 이전보다는 가파른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퓨리서치는 2016년 미국 전체 가구 중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다세대 가구의 비율은 20%로 6400만 명이며, 1950년 21%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