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 오롯이 분노 표출의 창고가 됐을 뿐이다. 기획 의도와 전혀 다르게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어떤 분노가 표출된 것인지 알지만 그 표출 대상이 잘못됐다.

개그맨 김재욱을 향한 비난과 질타는 옳은 해결책이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 맞다.

지난 12일 MBC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첫 방송됐다. 이 시대를 사는 며느리들의 애환과 고통을 담아낸 리얼 관찰 프로그램으로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와 새댁이 된 민지영, 두 딸을 키우는 워킹맘 김단빈 등 한국을 대표하는 며느리로 출연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김재욱 박세미 부부의 장면이었다. 임신 8개월의 박세미는 '시월드'로 불리는 시댁에서 고생했다. 만삭의 몸으로 무거운 짐을 들기도 하고,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더불어 20개월된 아이를 돌봐야 하느냐고 이리저리 정신 없었다. 이 때문에 박세미는 친정과 너무 다른 시댁 분위기에 서운함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늦은 밤 귀가한 남편 김재욱은 아내를 돕지도 않는 가부장적인 남성으로 그려졌다. 여기서 많은 여성은 자신의 모습이 투과된 듯 공감하고 분노했다. 일반적인 여성들의 일상 속에서도 고된 시댁 생활과 도와주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반응이 잘못됐다. 대한민국의 남편이 모두 김재욱인 것 마냥 대중은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쐈다. 당초 제작진은 결혼 이후 며느리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를 실랄하게 꼬집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문제점을 꼬집는 의견이 나왔지만 도를 지나쳐 비난의 화살이 특정 인물에게 향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연착륙하기도 전에 출연자를 향한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이는 독이 될 수 있다. 사회 인식을 바꾸려는 뜻이 있다면 인물이 아닌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대중의 반응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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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