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한인사회 직장내 성추행·언어 폭력 일상화 심각 '위험 수위'
가정상담소'미투'캠페인 '소리 프로젝트'3주만에 8건 신고
의사와 환자 사이 케이스도…카운셀링과 법적대응까지 도움
"한인사회 피해자들도 목소리 내기 시작…달라진 의식 반영"

#박모(38)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인 사회에서 제법 알려진 회사를 그가 그만둔 이유는 성폭력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언어적 성희롱은 물론이고 회식이 있는 날이면 회사 대표 옆자리는 박씨의 지정석이다. 여기에 노래방이라도 가면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은 다반사였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노력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각종 성폭력을 참아내고 있었다. 박씨가 결정적으로 퇴사를 결심한 것은 회의실 사건 때문이었다. 그날 회의 주제가 민감한 문제로 찬반이 첨예하고 맞서고 있었다.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던 박씨가 마침손님이 찾아와 잠시 회의실을 나서려는 순간 회의실 남자 직원 중 한 명이 "저런 성질이니 남친이나 있겠어. 그러니 섹스도 해보지 못하니까 성질이 더럽게 되는 거라구." 박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떨리며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박씨는 성폭력 피해 신고를 위해 한인가정상담소의 핫라인에 전화를 했다.

한인사회의 직장 내 성폭력이 일상화될만큼 만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사회의 '미투'(#Mee Too.나도 말한다) 운동격인 '소리(Sori)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 조)는 핫라인에 접수된 전화 상담 중 상당수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소리 프로젝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한인사회 최초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주 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한인들의 성폭력 피해 사례 접수 건수는 모두 8건이다.

상담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상담 건수가 지난해 81건인 것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이는 대부분 가정폭력 상담 과정 중에 드러난 과거의 성폭력 사례들이었다.

이에 비해 '소리 프로젝트'에 접수된 8건은 모두 자발적 신고라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는 것이 상담소의 설명이다.

상담소의 김동희 홍보팀장은 "자발적 성폭력 신고 건수는 보통 1년에 1~2건 정도"라며 "8건의 자발적 성폭력 신고는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피해 신고 중 직장 내 성폭력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발생한 성폭력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한 성폭력 사례 등도 포함돼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팀장은 한인 직장 내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언어적 성희롱은 물론이고 각종 회식과 소위 2차 노래방에서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이 일반화돼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까지 '소리 프로젝트'에 케이스를 신고한 피해자 대부분은 전문가들의 카운셀링과 함께 법적 대응을 위해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성폭력은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범죄 행위"라며 "성폭력이라고 느끼면 전문가들과 상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문의:(888)979-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