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퀴벌레 연구소'中 쓰촨성 농장'…호흡기·소화기 약효'캉푸신예'물약 제조에 쓰여

[금요화제]

인공지능으로 운영 번식 성공…7282억 벌어들여
유전자 조작 배양 '수퍼바퀴벌레 지구 위협'우려


커다란 운동경기장 2개 크기의 실내농장. 따뜻하고 습하고 어두운 이 실내농장 안에는 길고 좁은 선반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선반 위에, 마루에, 천장에 온통 바퀴벌레 천지다. 이 농장 안에서는 제곱피트당 2만8천여 마리의 바퀴벌레가 매년 생산된다.

중국 쓰촨성 시창의 하오이성 바퀴벌레 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세계 최대의 바퀴벌레 연구소로 한 해 바퀴벌레 60억마리를 배양하고 있다.

▶식용·의료용으로 오랜 역사

연구소는 배양을 위해 연중 따뜻하고 습도 높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바퀴벌레들은 햇빛을 차단한 채 감옥처럼 완전히 봉쇄된 공간에 서식하고 있다.

역겨움을 유발할 수 있는 농장이지만, 놀랍게도 이 농장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운영된다.인공지능은 습도, 온도, 먹이 공급, 증식 속도 등 80가지 범주의 데이터를 체크하고 관리해서 바퀴벌레가 빠르게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이곳에서 배양된 바퀴벌레는 의약품 원료로 쓰이고 있다. 적당한 크기로 자란 바퀴벌레를 기계로 분해해 '캉푸신예'라는 물약을 만드는데, 정부 보고서를 보면 이 연구소는 바퀴벌레만을 재료로 한 캉푸신예로 43억위안(약 7282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난다. 캉푸신예는 찻물 색깔에 달짝지근하지만 약간 비린내가 나며, 의사 처방에 따라 호흡기, 소화기 등 질환에 약효를 낼 수 있다.

중국에서 식용·의료용 바퀴벌레의 역사는 길다. 남부 농촌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어린이들이 감염에 의한 발열,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일 때 바퀴벌레와 마늘을 섞어 먹이곤 한다.

정부까지 바퀴벌레 연구에 투자하고 나서면서 수십 가지의 치료용 단백질과 의학적 잠재 가치가 큰 생화학 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피부와 점막, 내장 내벽의 세포막 등의 재생 촉진이나, 화상, 위염 등에 좋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중국의학과학원 관계자는 캉푸신예에 대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특정 증상에 대한 효과는 분명하며 분자과학과 대규모 임상 적용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철저한 관리 감독 필요"

다만 100㎖짜리 두 병에 50위안(약 8천500원)인 물약 캉푸신예의 원료가 바퀴벌레라는 사실은 아직 대중적 거부감이 강하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역겹다고 생각하는 재료를 쓰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물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며 “중국에서도 대부분 환자들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학원의 주차오둥 교수는 "지진 등으로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바퀴벌레가 인구 80만 명의 시창 시로 쏟아져 나온다면 대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철저한 관리과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소가 유전자 조작으로 바퀴벌레 배양을 거듭해서 촉진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 거대하고 생식 능력이 우수한 '슈퍼 바퀴벌레'가 등장해 지구를 위협할 것이란 염려도 있다.



바퀴벌레로 만든 물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