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 갑질 사태 일파만파, 미주소비자들도 '뿔났다'

[뉴스포커스]

미주 커뮤니티 사이트 "본때 보여주자" 반감 확산
靑 국민청원 게시판도'들썩'…사태 추이 예의주시

#올 여름 아이들 방학과 휴가시즌을 맞아 한국 방문을 계획 중인 정모(50·LA)씨는 비수기에 한국행 항공권 구입이 더 쌀 것으로 판단돼 이달 초 대한항공 티켓을 미리 예약했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주 기존 항공권 예약을 취소하고 대한항공보다 더 저렴한 타 항공사 티켓을 구입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에 화가 나서였다. 정씨는 "그동안 한국에 나갈 때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늘 대한항공을 이용했지만 이번 갑질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에 나도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항공사를 갈아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아내와 함께 LA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한국 거주 직장인 김모(42·서울)씨는 지난 23일 동일한 목적지의 유사한 패키지로 여행 상품을 변경했다. 당초 대한항공을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를 접하면서 다른 항공사 이용 상품으로 바꾼 것이다. 김씨는 "취소 수수료로 상품 가격의 15%를 여행사에 배상해줬다"면서도 "최근 대한항공 오너의 모습을 보니 갑질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가 결국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한국에선 취소 수수료를 물어가며 대한항공 티켓을 취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한편, 미국 내 소비자들도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방적인 대한항공 이용은 더 이상 안된다'는 등 불매 여론이 번지고 있다.
우선 한국내 불매운동은 대한항공 티켓 취소로 나타나고 있다.

23일 한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내가 예약한 상품이 대한항공을 타고 가는 것이냐", "상품을 변경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여행사 콜센터로 쇄도하고 있다.

한국내 대표 여행사 중 한 곳인 A사 관계자는 "과거 '땅콩회항' 사건 당시 유사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며 "최근 사건으로 대한항공에 대한 반감이 다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사인 B사의 경우도 관련 문의에 대응하느라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B여행사 관계자는 "당장 비행기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문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한항공 상품을 팔지 말라며 엄포를 놓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미주에서도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불매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한인은 미주 최대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사기업이니 강제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끌어내릴 수도 없고 소비자들이 나서서 안타는 수밖에 없다"며 "미주에서 대한항공이 직항 노선을 가장 많이 운영해 당장 안타게 되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오만한 총수 일가에 불매운동으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및 진에어 불매'와 관련된 청원이 총 8건, 청원 수는 약 2000여명에 달하는 상태다.

하지만 실제 대한항공 불매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항공 및 여행업계에서 대한항공의 지배적 위치 때문이다. 실제한국 출발 미주, 유럽, 태평양 장거리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점유율이 30% 안팎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