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서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 부모님을 드러내 드리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다.
효경(孝經)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유교적 효사상의 핵심적인 문구라 자주 인용되죠. 여기서 나온 입신양명(立身揚名)은 세속적 출세를 나타내는 단어로도 흔히 쓰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머리카락를 자르지 않고 상투를 틀었고 조선말기 단발령에 대한 반발의 논거가 되었습니다. 형벌도 참수형이나 거열형 궁형 등 신체절단형이 가장 치욕적 형벌로 여겼습니다. 자살도 당연히 큰 죄악으로 보았습니다.

죽어서 천사된 유나의 선물

현대에도 "몸에 칼을 대는" 외과적 수술을 매우 꺼리고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풍조도 이의 유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해도 손톱, 발톱은 깎았습니다. 손발톱을 깎지 않으면 생활에도 불편하고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손발톱을 깎은 후에도 뒷 처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항상 불에 태우거나 변소에 버렸다고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여우나 호랑이, 쥐 등이 이것을 먹고 그 손톱의 주인으로 변신해서 인간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미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해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다던 유나는 죽어서 천사가 됐습니다. 제주시 아라중을 졸업한 뒤 꿈 많은 유학길에 올랐던 김유나(19)양이 전 세계 2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습니다.

지난 2014년 5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트라이시티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유학 중이던 김양은 지난 21일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대학생인 이종사촌 언니가 운전하는 차량이 교차로에서 과속하는 가해 차량과 충돌했습니다. 이종사촌 언니, 함께 유학생활을 하던 여동생은 에어백이 터지면서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그러나 뒷좌석에 탔던 김양은 사흘 뒤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양의 부모는 수술 중 가망이 없어서 의료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씨는 기내에서 본 장기기증 관련 기사가 내내 맴돌았습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이씨는 "장기기증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해주면 유나도 부활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합니다. 같은 신자인 김양의 아버지가 먼저 장기기증 얘기를 꺼냈고, 서로 동의했습니다. 그 뒤 김양의 심장 등 장기는 7명에게 이식됐습니다. 피부 등 인체조직은 20명에게 기증했습니다.

자녀 장기기증 교육 필요

프랑스는 장기기증을 거부한다고 등록하지 않은 모든 사망자를 장기기증자로 간주하는 새로운 장기기증법 개정안을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AFP통신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새로운 법안은 사망자가 사전에 장기기증 거부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경우 자동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인데요, 의료진은 사망자의 가족이 반대하더라도 장기이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장기기증을 원하지 않으면 사전에 '거부자 명단'에 등록해야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손쉽게 거부의사를 나타낼 수 있도록 우편 대신 인터넷으로 신청 받을 방침입니다. 이미 15만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장기기증을 반대하는 이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에게 서명한 문서를 남기고 구두로 장기기증을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해야 합니다. 당국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절차를 알리고 있습니다. 가족의 반대는 장기기증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여태껏 프랑스 의료진은 장기기증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사망자의 경우 그 가족과 기증 여부를 상담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 받은 가족 중 3분의 1가량이 장기기증을 거부하는 등 장기이식에 차질을 빚자, 거의 장기기증을 강요하는 새 법안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이 죽어야 하는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 분야입니다만, 자녀들에게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