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속도]

결혼후 여성의 성을 따르는 남성들 점점 늘어나…포틀랜드大 조사 美 기혼남성 877명중 25명

"교육 수준 낮을수록 자진의 성 포기 가능성 높아
커리어 중시 여성, 결혼후에도 본래 성 유지 원해"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이민오면 가장 먼저 의아해 하는 것이 바로 이름, 바로 아내의 성(姓)을 남편따라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양성평등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같은 관습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자녀의 성을 엄마 성으로 하거나 아빠·엄마 성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성을 바꾸는 경우는 여전히 흔치 않지만 결혼한 후 여성의 성을 따르는 남성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페이퍼에 따르면 포틀랜드주립대학교 연구진이 877명의 기혼 남성을 대상으로 성 변경 현황을 조사한 결과, 3%인 27명이 자신의 성을 결혼 후 다른 성으로 바꿨다. 이 중 25명은 아내의 성을 따랐고, 2명은 두 사람의 성을 하이픈(예를 들면 Lee-Kim)으로 이어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자기 성을 유지한 나머지 남성 97% 중 87%는 아내가 남편의 성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 남편이 성을 바꾸는 사례에서는 한가지 특이점이 관찰됐다. 포틀랜드주립대 에밀리 피치본스 샤퍼 사회학과 교수는 남편이 결혼 후 자신의 성을 포기할 가능성은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높다고 전했다.

고졸 미만 남편이 성을 바꾼 비율은 10.3%였으나, 고졸 남편인 경우 3.6%였다. 대졸 이상인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이 이상의 학력을 가진 남편 중 자신의 성을 바꾼 사람은 연구 대상자에 한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에 의하면 고학력 남편의 경우 물론 성 평등 의식을 갖고 있으나, 가장이라는 전통적인 역할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본래의 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경향성을 분석한 기존 연구와 맥을 같이 한다고 전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커리어를 중시하는 여성의 경우 결혼 후에도 본래의 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또한 연구진은 결혼 후 성 변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평등하게 자리 잡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샤퍼 교수는 "여성이 자기 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남편이 성을 바꾸게 하면, (종종 사람들은 이기적이라고 혹은 성 규범을 따라야 하는데도) 전통에 반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는 자신보다 고학력인 아내를 둔 남편의 경우, 아내와 학력이 동등한 남편에 비해, 성을 바꿀 가능성이 더 낮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샤퍼 교수는 이러한 남성에게는 자신의 성을 유지하는 행동이 뒤집어진 성 역할에 대한 심리적 불편을 보상해 주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