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연상케한 김정은의 하늘길 운항, 중간에 목적지 '베이징 → 싱가포르'변경

중국서 빌린 시진핑의 '보잉 747'전용기
항로 노출 피해 철저히 中 내륙항로 이용
혹시 모를 격추 우려 미끼용 항공기 띄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첫 장거리 비행은 한 편의 스파이영화 같은 연막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10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출발한 비행기는 모두 세 대.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위해 어느 비행기에 탑승했는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날 새벽에 가장 먼저 출발한 것은 방탄전용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이동식 화장실, 음식, 경호용 무기 등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항공 일류신(IL)-76 수송기였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다롄(大連) 방문 때도 동행했던 비행기다.

이어 오전 8시 39분에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의 CA122편이 베이징(北京)을 향해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원과 같은 보잉 747 기종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였으며 현재도 중국 최고위층이 이용하는 비행기다. 비록 중국에서 빌린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으로 맞춘 것이다. 이 비행기는 이미 8일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한 차례 '예행연습'을 마쳤다.

해당 항공기는 오전 4시 18분(현지 시간)에 베이징을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가 다시 이륙해 한 시간가량 중국 내륙 쪽으로 비행했다. 이후 항로는 더 '은밀'해졌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경 베이징 인근에서 갑자기 편명을 CA61로 바꾸고 목적지도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변경했다. 이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중국 대륙을 종단하기 시작했다. 이륙 후 항공기가 편명과 목적지를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항로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9시 반경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로 보이는 고려항공 IL-62 비행기가 순안공항에서 이륙했다.

세 대의 비행기는 각각 1, 2시간 시차를 두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비슷한 경로로 싱가포르로 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 위원장이 혹시 모를 격추를 우려해 철저하게 중국 내륙 항로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