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독려 문화로 완전 정착…포털에 인증샷 1만 건 넘어
선거법 개정으로 자유로운 인증샷 가능…'#페미니스트'에 투표 인증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투표합시다. 소중한 한 표 버리지 마세요", "투표해야 욕할 자격 있어요", "출근하기 전 투표하기. 부디 잘 사는 우리 동네 우리나라가 되어주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13일 온라인에서는 주위에 투표를 독려하고 투표를 했음을 알리기 위해 투표소를 배경으로 하거나 기표용 도장을 손등에 찍어 촬영하는 '투표 인증샷'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을 기반으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는 '손가락 하트'나 엄지손가락 등 제스처를 취한 투표 인증샷 릴레이가 이어졌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감기 기운 때문에 다른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고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투표를 했다며 손등에 도장을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이 가입자는 "당장 드러눕고 싶은 것을 참고 투표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아들에게 이런 게 투표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데리고 투표하고 왔다"며 아들의 손등과 자신의 손등에 도장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이용자는 "너희가 사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되길"이라고 남겼다.

포털 사이트 다음은 아예 투표 인증샷을 게재하는 페이지를 따로 열어 운영 중이다. 사진과 함께 짤막한 투표 독려 메시지나 소감을 올릴 수 있다. 투표율 50.1%를 기록한 오후 3시를 기준으로 다음에 인증샷을 올린 유권자는 1만3천900여 명에 달한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도 투표 인증샷이 다수 게재됐다. 이들은 기표용 도장이 찍힌 손가락으로 일베의 초성인 'ㅇㅂ' 모양을 만들어 투표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투표 인증샷은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고 SNS 이용자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2010년께부터 유권자들이 서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선거문화로 자리 잡았다.

당초 특정 번호를 연상시키는 손가락 모양은 물론 특정 후보의 벽보나 사진 앞에서 찍은 인증샷이 금지돼 있었으나 지난해 4월 공직선거법 조항이 개정되면서 허용됐고, 이에 따라 인증샷 표현도 더 자유롭고 다양해졌다.

투표 인증샷과 함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등 해시태그를 올리면서 여성 후보나 친여성 정책을 공약한 후보에게 투표했음을 밝히는 SNS 이용자들도 있었다.

한 여성 유권자는 투표 인증 셀카를 올리면서 "투표용지 하나에 죄다 남자만 쓰여 있어서 인주로 '여자'라고 쓰고 나왔다"며 "(정당 투표는) 혜화역 시위 관련해 유일하게 (논평으로) 언급했던 바른미래당을 뽑았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당일에도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한 만큼 특정 후보나 정당에 표를 던졌다고 밝히는 것이 공직선거법상 문제 되지 않는다"며 "다만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