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기고 "무관용 정책은 잔인…가슴 아프다"…멜라니아 "가슴으로 다스려야"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에 이어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인 '부모-자녀 격리 지침'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남서부 국경으로 밀입국한 이들을 기소하고 자녀는 부모와 격리하도록 지침을 내려 2천여 명에 육박하는 아동이 격리,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전·현직 대통령 부인들이 발끈한 것이다.

부시 여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국경에서 부모와 자녀의 격리로 가슴이 아프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4월 19일∼5월 31일 6주간 국토안보부가 거의 2천 명의 아동을 임시보호소 등에 보냈으며, 이 중 100명 이상이 4세 이하"라며 "우리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부모에 대한 무관용 정책이 그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을 집행해 우리의 국경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무관용 정책은 잔인하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부시 여사는 "아동을 개조된 창고에 수용하거나, 엘 파소 외곽 사막의 텐트촌에 보내는 계획을 만드는 일을 우리 정부가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이미지는 미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일의 하나였던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의 포로수용을 섬뜩하게 떠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은 미국이 윤리적 국가라는 사실에 대해, 자연재해나 기근, 전쟁 등에 의해 황폐화한 지역에 인도적 구호를 보내는 나라라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또 사람은 피부색이 아닌 인격의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믿는다는데 자부심을 가진다"며 "우리가 진정 그러한 나라라면, 이들 억류된 아동을 부모와 재결합시키는 게 의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이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동의한다"며 "그러나 무관용이라는 부당한 조치가 답은 아니다. 이것을 더 잘 고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정부 곳곳에 있음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여사는 자신의 시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전 여사가 29년 전 아동요양소를 찾아 에이즈로 죽어가는 한 아기를 끌어안았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합중국의 국민으로서 우리가 이 위기에 대해 더욱 인정있고 동정적이며, 윤리적인 응답을 찾을 수 없을까"라고 반문한 뒤 "나 자신은,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셤 공보 담당관은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와 격리되는 것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멜라니아 여사는 이 나라가 모든 법률을 준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믿지만, 또한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