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지역 어린이 절반, 질병과 영양실조 위험에 노출돼 있어"
북한 어린이 영양 상태 지표조사… 2009년 이후 첫 공식 통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20일(현지시간) 북한 어린이 5명 중 1명이 발육저해로 고통받고 있으며 평양 밖에서는 어린이 발육저해 비율이 30%를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북한 통계 당국과 함께 8천500 가구를 대상으로 여성과 어린이의 영양 상태 등을 종합지표조사(MICS) 방법으로 조사했다.

MICS는 유니세프가 20년 동안 빈곤 국가 어린이, 여성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해온 조사 방법으로 북한에서는 2009년에 마지막으로 시행됐다.

유니세프는 2009년 조사 때 어린이의 발육저해 비율이 28%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개선됐지만, 평양과 그 외 지역에서 어린이 영양 상태가 심한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평양은 어린이 발육저해 비율이 10%였으나 양강도에서는 32%로 조사됐다.

전체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자칫 치명적일 수 있는 설사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사로 인한 탈수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경구보급염(OSR) 사용 비율은 2009년 67%에서 지난해 74%로 높아졌다.

조사 대상 가구 중 3분의 1은 오염된 식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은 시골로 갈수록 더 나빴다. 시골 지역 어린이들은 절반이 질병과 영양실조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유니세프는 또 82%의 어린이와 그 가족이 위생·쓰레기 처리 시설 부족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이라면서 인분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식수 오염, 질병이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을 방문 중인 샤넬 마리 홀 유니세프 부국장은 "인도적 지원은 북한 여성과 어린이의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문제가 일부 개선된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북한 어린이들이 완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