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진단]

밀입국하다 체포 몸수색 당하는 엄마 뒤에서 울부짖는 두 살배기
퓰리처상 수상 사진기자 촬영 사진'울림'…美'무관용 단속'고발
멜라니아, 일부 공화당까지 나서 비판 불구 트럼프 정부 요지부동

달빛 한 줄기 없던 지난 12일 밤. 장갑을 낀 미국 국경 경비대원이 엄마의 몸을 수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두 살배기 아이가 서럽게 울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온두라스 출신의 모녀는 한 달간의 고된 여정 끝에 텍사스주 국경도시 매캘런에 도착했으나 곧바로 불법이민 혐의로 붙잡혔다.

아직 엄마 젖도 떼지 못한 이 아이는 장갑을 끼고 엄마의 몸을 수색하는 낯선 남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았다. 고향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국경에 도착한 모녀의 운동화엔 신발끈이 없었다. 감금시 자해나 타인을 위협하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의 신발끈마저도 국경 경비대의 압수 대상이기 때문이다. 단속에 걸린 엄마는 경비대 트럭의 헤드라이트를 맞으며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이 사진은 퓰리처상 수상자인 게티이미지 사진기자 존 무어가 촬영했다.

무어는 "나 역시 아빠로서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너무 힘들었다"면서 "매일 밤 국경에서는 이같은 위험한 가족 간의 생이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이민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용 정책'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이 사진 한장은 미국 내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무관용 정책은 불법이민자를 전원 기소해 신속히 추방하고 밀입국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모든 이민자는 난민 신청 사유가 있더라도 불법 입국죄로 기소된다. 미국에선 부모가 범죄 혐의로 체포될 경우 자녀와 격리시키는데,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 아이들은 정부의 보호시설에서 미국에 있는 아이의 후견인을 찾을 때까지 몇 주 혹은 몇 달간 지내게 된다. 그런데 일단 부모와 자녀가 분리되면 향후 재회가 쉽지 않다는 게 이민단체 측의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는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 적발된 부모는 구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에 참석하도록 배려해줬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부모와 격리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루 종일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는 일뿐이다.

이에대해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들 미성년자는 잘 보살펴지고 있다. (비판하는) 언론을 믿지 말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텍사스주 매캘런의 불법 이민자 격리 시설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인권 침해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 시설에 대해 NBC는 "수백 명의 젊은 이민자가 개집처럼 보이는 철망 안에 갇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강경 조치들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뿐만 아니라 미셸 오바마, 로라 부시 등 전 대통령 부인, 민주당 인사들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화당 일부 의원도 비판 공세에 가담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민자 캠프도, 난민 수용 시설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은 범죄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불법 이민자를 원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