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9일 실시된 '방글라데시 분리안' 투표 현장을 찾은 한인이라면 대부분 가슴 뭉클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남가주 한인사회의 숨겨져 있던 '단결된 힘'을 극명하게 보여줬기때문이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한인타운 아니 한인사회를 수호하기 위한 광경들이 투표 현장 곳곳에서 감지됐다.

투표가 시작되기 1~2시간 전부터 나와 한 표를 행사위해 줄지어 기다리는가하면, 나이 지긋한 노부모를 모시고 함께 나온 사람들, 화씨 8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양산이나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수 시간을 기다려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 그리고 일과시간이 끝난 후 꼬리에 꼬리를 물며 투표 장소를 한바퀴 감아 안은 한인들의 행렬, 투표하러 나온 한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자원봉사자들 등 한인들은 오직 하나 '한인 커뮤니티'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또 오랜 시간 기다리느라 용변을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노인들에게 선뜻 자신들의 집 화장실을

오픈해준 인근 한인 아파트, 콘도 거주자들. 모두가 승리자들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주민의회의 서브 디비전을 만드는 선거에 이렇게까지 선거 운동을 하며 주류 사회나 타커뮤니티에 이기적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시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98.5%대 1.5%의 압도적인 표차로 싱겁게 끝나버린 선거를 두고 "단체들이 너무 오버한 것 아니냐"는 짜증섞인 불만도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인사회가 '왜'나서서 한 표를 행사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수 십년에 걸쳐 LA한인타운을 만들고, 한인사회를 형성해 오는 동안 보지이 않는 '무기력감'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음을…

한인 정치력 신장에 대한 목마름에서부터, 한인 1세대와 1.5세 및 2세들간의 좁혀지지 않는 세대차이,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며 한인사회의 분란의 대상이 돼왔던 한인 단체들의 분쟁 및 갈등, 그리고 주류 정치인들로부터 보이지 않게 외면당했던 자존심 등 이러한 '무기력감'에 대한 봉기이다.

투표는 끝났다. 그것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주 한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승'이다.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짖눌려 있던 한인사회의 '자긍심'을 제대로 발견하고 주류사회 및 타 커뮤니티에 한인 커뮤니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 "우리 모두 정말 수고했습니다" 이러한 격려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모멘텀을 확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그 '리더십'을 통해 주류 사회는 물론 타커뮤니티 속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며 상생해 나갈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 첫 걸음이 타운'홈리스 셸터'가 될지 그 어느 것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긍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