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가 다시 한번 바이럴 마케팅과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월 닐로의 의심스러운 역주행은 가요계 뜨거운 감자였다. 무명 가수 닐로가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정상에 오르자 음원 사재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소속사측은 “음원 사재기나 편법이 아닌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의문은 증폭됐고 음악 유통 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명성 확보 및 개혁 요구가 더 커졌다.

이런 가운데 밴드 칵스 멤버 숀이 지난달 발매한 EP ‘TAKE’ 수록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각종 차트 정상은 물론 최상위권에 오르며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숀의 ‘웨이 백 홈 ’은 트와이스, 마마무, 블랙핑크 등 걸그룹은 물론 수많은 팬덤을 가진 남자 아이돌 그룹을 제치고 차트 1위는 물론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숀은 앨범 차트에는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몇일 사이 급격히 순위가 상승했기에 의심을 받고 있다.

다수의 가요계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로운 입장이지만 ‘웨이 백 홈’ 1위의 주요 요인은 SNS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으로 꼽았다. 현재 숀의 소속사인 디씨톰(DCTOM) 측은 “사재기는 절대 아니다.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어느 부분인지는 추후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겠다”고 알렸다.

‘웨이 백 홈’은 특정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되며 순위가 갑파르게 올랐다. 바이럴 마케팅은 불법은 아니지만 앞서 장덕철, 닐로 역시 페이스북 페이지에 콘텐츠가 올라오며 음원 차트 상승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대중과 괴리감 있는 바이럴 마케팅을 향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음원차트보다 먼저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서 움직임이 감지됐다. 바이럴은 어디서 터질지 사실 알 수가 없다. 애초 기대한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 더 좋아서인지 리스너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숀은 밴드 칵스의 멤버로 인디씬에서는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로 나름의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밴드로서뿐만 아니라 EDM DJ로서도 개별 소속사와 함께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고 이번 EP 역시 가수 윤하, 가수 타블로 등이 SNS를 통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20일이라는 시간은 역주행이 아닌 바이럴 마케팅을 통한 자연스러운 효과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역주행을 이룬 곡이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이라는 점도 사재기가 아니라는 근거로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숀의 음원 상승은 실시간 음원차트가 가진 맹점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실시간 음원차트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와 유사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인지도가 낮거나 대중이 잘 모르는 단어가 화제가 될 경우, 오히려 검색이 많아지고 별다른 내용이나 이슈가 아님에도 오랜 기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실시간 음원차트 역시 그 반응 과정은 다소 느릴 수 있지만 대중적인 아티스트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이런 효과를 얻고 있다. 앞서 역주행한 장덕철, 닐로 등도 비슷한 경우에 속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만약 대중적으로 잘 아는 가수가 ‘웨이 백 홈’을 냈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고 차트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화제성이나 검색어가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명분하에 의도적으로 탄생하는 것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페이스북의 유명 페이지에 콘텐츠를 게재할 시 금전적인 거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콘텐츠가 금전거래를 통해 올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콘텐츠가 적지 않은 금액을 받고 제작, 게재되고 있다. 이는 비단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대다수 가요 기획사와 페이스북 마케팅을 하는 업체가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마치 맛집 블로그나 뷰티 블로그가 후원과 협찬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페나 블로그의 경우에는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카페·블로그의 상업적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정 대가를 받고 쓴 후기 및 광고에 대해 작성자는 게시글에 작성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하지만 아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음악 홍보에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일반 콘텐츠와 광고비를 받은 콘텐츠가 혼재된 가운데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수 많은 구독자는 왜곡된 정보로 접하고 있다. 또 음악을 소비하는데 사실상 별도의 금액을 소비되지 않기에 리스너들도 선별과정에 대한 인지를 못하고 있다.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 입장에서는 플랫폼 서비스를 강조하며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은 리스너의 몫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조작 논란은 100만명 내외의 충성도 높은 구독자가 콘텐츠에 반응하는 파급효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국내 최대라는 멜론의 경우에도 일간 누적 이용자수가 100만(숀·692,242명)을 크게 밑도는 가운데 단순 계산으로 시간당 2~3만명이 노래를 들으면 1위를 차지할 수 있어 많은 구독자를 가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영향력이 점차 더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유명한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올리면 음원 순위가 올라간다는 공식이 성공하는 가운데 바이럴 마케팅은 이제는 그 안에서도 페이스북의 특정 도달률에 오르기 위한 속칭 광고를 태우는 비용까지 생각해야 하는 자본의 논리가 펼쳐지고 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는 좋은 뮤지션을 많은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장점이 점차 무색해지고 있고 이미 상업적인 영역에 속했지만 규제를 받지 않는 이런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럴 마케팅이 성공한 아티스트가 연속성을 가지면서 과연 가요계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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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CTO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