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주변 항성 관찰로 중력 적색이동 처음으로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이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여 년 전 제시한 일반 상대성 이론이 또하나의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번에는 천문학자들이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주변을 지나는 별을 통해 빛이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 '중력 적색이동(gravitational redshift)'을 확인함으로써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27일 외신과 과학전문 매체에 따르면 독일 '막스 플랑크 외계 물리학 연구소(MPE)'를 주축으로 한 다국적 연구팀은 유럽남방천문대의 초거대망원경(VLT)을 이용해 항성 S2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 '궁수자리(Sagittarius) A*'를 지나갈 때 강력한 중력에 의한 적색이동 현상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에 밝혔다.

중력 적색이동 현상은 빛이 블랙홀과 같은 강한 중력장에서 빠져나올 때 에너지를 잃으면서 발생한다.

궁수자리 A*는 질량이 태양의 400만 배에 달하는 초질량 블랙홀로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제기한 중력의 영향을 검증할 수 있는 "완벽한 실험실"이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항성 S2는 궁수자리 A* 주변에 있는 별로 16년마다 궁수자리 A*에 가장 근접한다. 이번에는 지난 5월 19일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120배에 달하는 지점을 광속의 2.7%에 달하는 초속 8천㎞로 지나갔다.

연구팀은 S2의 이동을 시간대별로 관측하며 궁수자리 A*의 초강력 중력에 의해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적색이동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S2의 속도와 위치 등을 계산하고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한 예측과 비교한 결과 "완벽하게 일치했다"면서 "강력한 중력장의 영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획기적 성과"라고 밝혔다.

유럽남방천문대는 성명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을 내놓고 100년 이상 흐른 시점에서 그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실험으로 다시 한번 옳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우주물리학자 폴 슈터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세계의 다른 물리학자와 마찬가지로 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오류를 찾고 싶지만 그는 우리보다 한 수 앞서 있다"면서 그의 이론이 옳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지만 "뒷북을 치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