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 테니스
나달-페러더 '양강시대' 저물고 다시 한 번 세계 최강 '노크'

"지금 여러분들은 '뉴 노박(New Novak)'을 보고 있다!"
나달-페더러의 '양강시대'가 저물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2위)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롤렉스 상하이 마스터스(총상금 708만6700 달러) 단식 결승에서 보르나 초리치(크로아티아·13위)를 2-0(6-3 6-4)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후 조코비치는 "경이롭다. 지난 3~4개월은 정말 대단했다.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를 바랄 수 없다"면서 한껏 자신감을 실어 이렇게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조코비치는 최근 18연승을 내달리며 제2의 전성기 '뉴 노박'의 시대가 열렸음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중반 부상에서 돌아온 그는 특히 8월 이후 천하무적이었다. 8월 웨스턴 앤 서던오픈, 9월 US오픈, 그리고 10월 상하이 오픈까지 출전하는 대회마다 모두 정상에 오르며 18연승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 초 호주 오픈에서 정현에게 패하는 등 동네북으로 전락했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 3~4년 전 남자 테니스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전성기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조코비치는 2016년 10월까지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이후 팔꿈치 부상 등의 난조가 겹치면서 지난 6월에는 22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그러나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의 수준은 역대 가장 압도적인 시즌으로 꼽히는 2015년에 비견될 만하다는 평가다. 물샐 틈 없는 수비가 살아났고 무엇보다 서브가 더욱 강해졌다. 실제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단 한 번도 잃지 않은 완벽한 서브 능력으로 '무실세트 우승'을 일궜다. 특히 결승전에서 초리치를 상대로 무려 91%의 첫 서브 득점률을 기록했다. 세컨 서브 득점률도 71%에 달했다. '리턴의 제왕'으로 불렸던 그가 이제는 '서브의 제왕'으로 변신해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난 해 나란히 부활하며 양강시대를 열었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라파엘 나달(스페인·1위)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는 양상이다. 36세의 페더러는 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코비치에 패한 초리치에게 준결승에서 0-2(6-4 6-4)로 패했다. 세계 1위 나달은 무릎 부상으로 상하이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9월 US오픈에서 준결승에서도 경기도중 무릎 부상으로 기권을 하는 등 조짐이 심상치 않다. 상하이 마스터스 우승으로 상금 136만560달러를 받은 조코비치는 세계 랭킹에서도 페더러와 자리를 바꿔 지난주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랭킹 포인트 7445점로 1위 나달(7660점)을 바짝 뒤쫓았다. 나달은 이달 말 열리는 롤렉스 파리 마스터스에서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파리 마스터스 출전 이전에 스위스 또는 오스트리아 투어 대회에 한 차례 더 나갈 예정이어서 2년 여만에 세계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 바야흐로 '뉴 노박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유인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