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로서 김정은 환영 집회, 北 정권 전시회·상품 밀물

[뉴스포커스]

金 피규어-시계-초상화 등 '으니굿즈' 인기 판매
잔혹·폭력→호탕·귀여움…젊은층서 이미지 변화
미주 한인들 "그동안 북한 만행 잊지말아야" 경계

한국이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의식이 변한 것인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린 데 이어,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전시회·상품 판매가 잇따르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으니굿즈'라는 친근한 용어까지 등장했다. 김정은의 이름 마지막 글자 '은'을 귀엽게 부르는 '으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를 합친 말이다.

▶트럼프와 세트 피규어 13만원
매체에 다르면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는 김정은 초상화를 1만 8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가로 65cm 세로 60cm 크기, 족자 형태다. 판매자는 '고급 천' 소재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상품에는 "별 미친 X을 다 본다"는 댓글이 붙어 있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스위스 시계브랜드 '모바도(Movado)'상품 판매자는 김정은이 착용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모바도 손목시계를 착용했다는 것이다. 이 상품은 '김정은 시계'라고도 불렸다.

김정은 개인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드는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중고나라 사이트에서는 김정은에게 슈퍼맨 복장을 입힌 피규어(figure·모형 인형)가 등장했다. 가슴에 슈퍼맨의 'S' 이니셜 대신 방사능 로고가 붙어 있다. 이 김정은 피규어는 오른쪽 어깨에 핵미사일을 메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피규어와 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3만원.

중국 장난감 업체 '원토이'는 김정은을 6분의 1 크기로 정밀 축소한 피규어 제품을 내놨다. 헤어스타일, 피부톤, 복장까지 실물과 매우 흡사하다.

또 서울 연남동 아트스페이스담다에서는 '북조선 판타지'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에는 'KIM'이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을 귀엽게 묘사한 피규어가 전시됐다. 인디가수 '스탠딩 에그'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이 피규어를 소개하면서 "너무 귀여워"라는 글을 남겼다. "세계 최악의 인권 말살 국가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김정은이 귀여우냐"는 반발이 쏟아지자, 이들은 게시물을 지우고 사과했다.

정전 65주년을 맞아 '북한'을 주제로 젊은 작가 3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지원으로 이뤄졌다. 북조선 판타지 전시장 한쪽 벽에는 '만약 북한에 가게 된다면 OOO 하고 싶다'는 주제로 빈 칸에 관람객 의견을 적어내는 코너가 있다. 여기에는 "김일성 동상 앞에서 사진찍기♡" "정은씨 만나서 초상화 그려보고 싶다. 은근 순둥이일 것 같은"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학생 金 긍정 평가 10배 ↑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으나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미지 반전이 일어났다. 여권을 중심으로 김정은에 대한 긍정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젊은층에서도 김정은에 대한 긍정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국민대 1학년 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학생이 57.3%에 달했다. 정상회담 전에는 북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학생들이 66.1%였다.

특히 김정은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학생들은 정상회담 이전에 4.7%에 불과했지만, 이후 48.3%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김정은'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도 종전 독재자·핵·잔혹감·고도비만·폭력이었지만, 이제는 호탕·젊음·유머러스·귀여움·새로움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설문결과다.

이에대해 미주 한인들은 남북 화해 무드에 따른 세태의 변화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미화가 지나치다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 단체장은 "한반도 통일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그동안 북한의 만행을 지켜본 입장에서 최근의 변화에 심히 우려를 갖게한다"고 말하고 "평화에 휩쓸린 과도한 북한 정권 미화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