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서 경찰에 강제로 끌려가"…오빠집 놀러갔다 잡혀가기도
문무일 총장, 피해자 사연에 연신 눈물…당시 수사검사 "총장 결단 높이 평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참혹한 인권 침해를 당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검찰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눈물을 쏟아냈다.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문 총장을 만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30년이 훌쩍 넘은 당시의 피해상황을 하나도 잊지 못한 듯 생생하게 증언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81년 형제복지원에 처음 끌려가는 등 세 차례나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는 김대호 씨는 "50m 근처 여인숙이 집이라고 했는데도 경찰이 보내주지도 않고 차 안에서 감금하고 구타했다"며 "그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나. 죄도 없이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잡아가는 것이 말이 되나. 형제복지원에 잡혀가는 바람에 친구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흙벽돌 지고 올라가고 그랬다. 군인도 아닌데 1소대, 2소대 이런 식으로 부르고, 잘못을 안 해도 단체로 기합을 줬다. 부모 다 잃어버리고 배우지 못한 것이 진짜 한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사연을 들은 문 총장은 감정에 복받치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고, 휴지를 건네받고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부산 오빠집에 놀러갔다가 경찰에 끌려가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는 박순이 씨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피해회복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에 잡혀갔지만 29년 동안 우리를 죽인 건 검찰도 책임이 있다"며 "그때 조금이나마 똑바로 수사를 했다면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총장이 늦게나마 선배들의 잘못을 사과해주니 너무 감사드린다"며 "피해 생존자들 모두 문 총장님께서 진상규명에 힘을 좀 많이 써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안기순 씨는 "이 자리에 있지 못하고 500명이 넘는 수많은 영혼이 형제복지원에 잠들어 있다. 좀 더 관심받고 치료와 혜택받았다면 죽지 않고 살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들은 첫 번째 생을 마감하기도 전에 신체해부로 활용돼 편안히 잠들지도 못했다. 그분들 영혼을 생각해보는 숙연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은 문 총장은 준비된 사과발언 자료를 낭독하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목이 메는 듯 발언을 제대로 이어가지도 못했다.

감정을 추스른 문 총장은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자들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문 총장의 사과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이라며 "크게 환영하고 동시에 문 총장의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형제복지원 부산 본원 수사하려 했지만 부산지검장과 차장검사가 조사를 좌절시켰다"며 "수사 방해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하는 등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에 앞장선 인물이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