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양말 코디 유명…아내 장례식날 신은 양말 600켤레 이상 판매

[수요화제]

20대 다운증후군 양말 사업가와 친분 인연
클린턴 전 대통령 얼굴 새겨진 양말 신기도

대변인 "마지막 양말, 그 만의 특별 이별법"
딸 "파킨슨 병 악화, 양말 패션으로 존재감"


지난 11월 별세한 바바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등장한 남편 조지 HW 부시(94) 전 대통령의 양말에 시선이 모아졌다.

회색 계열의 어두운 양복 바지 끝단 아래로 드러난 그의 양말에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알록달록한 책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양말은 존 크로닌(22)이라는 청년 양말 사업가가 선물한 것이다. 부시는 그에게 직접 연락해 장례식에 신고 갈 양말을 부탁했다고 한다.

존이 고심해 책을 테마로 한 양말 몇 켤레를 애도 편지와 함께 보냈고, 부시는 생전 문맹 퇴치에 힘썼던 아내를 기린다는 의미로 장례식 당일 이 양말을 골라 신었다. 그 만의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아내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아내의 장례식에서 신은 책 양말은 600켤레 이상 팔렸으며 존은 수익금을 바바라 부시 재단에 기증했다.

지난 3월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에도 부시 전 대통령은 존이 선물한 '수퍼 히어로' 양말을 신고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사실 존 크로닌은 장애를 딛고 백만장자가 된 청년 사업가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그에게 양말은 개성을 가장 잘 뽐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6년 아버지 마크 크로닌과 '존스 크레이지 삭스'라는 양말 회사를 차리게 된 배경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독특한 양말 코디로 유명하다. 스스로를 '양말 맨(socks man)'이라고 부를 정도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는 "예쁜 양말을 좋아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가 신은 양말은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2013년 4월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 헌정식에선 그의 밝은 분홍색 양말이 화제였다.

지난 1월 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찾아왔을 때는 클린턴의 얼굴이 새겨진 양말을 신고 나가 언론의 포커스를 받았다.

미식축구 팀 휴스턴 텍슨스의 치어리더 단과 만날 때는 성조기가 그려진 양말이 눈길을 끌었다. 89번째 생일에 대변인실을 통해 공개된 사진에서 그는 수퍼맨 로고가 찍힌 양말을 신은 채 골프장 카트를 타고 있었다.

그렇다면 부시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신은 양말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전에 알록달록한 양말을 즐겨 신었던 그는 전투기 6대가 편대 비행하는 무늬의 양말을 신고 하늘나라로 갔다.

부시 가족 대변인인 짐 맥그래스는 3일 트위터를 통해 "부시 전 대통령은 18세에 해군 조종사 참전으로 시작된 평생의 공직 복무에 경의를 표하는 양말을 신고 영면에 드실 것"이라며 양말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 속 회색 양말에는 비행운을 내뿜는 전투기 6대의 편대 비행 무늬가 새겨져 있다.

'전투기 양말'은 맥그래스의 설명대로 부시 전 대통령의 공직 수행을 집약해 보여주는 상징적 양말인 셈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막내딸인 작가 도로 부시 코흐는 저서 '나의 아버지, 대통령 조지 HW 부시'에서 "아버지는 파킨슨병이 악화돼 휠체어에서 생활하면서부터 현란한 양말을 신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의 양말 패션은 거동이 불편해진 당신이 나름대로 자신의 활동성을 표현한 수단인 한편, 소소한 삶의 재미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