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콜로라도주(州)에 사는 아홉살 소년이 마을에 오래도록 전해 내려오던 비현실적인 법령을 뜯어고치는 데 앞장서 눈길을 끌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세브런스시(市)에 사는 데인 베스트(9)는 학교 야외놀이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지역에서는 눈덩이를 던지는 눈싸움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해발 고도가 높은 콜로라도는 미국 내에서 강설량이 가장 많은 주 가운데 하나다.

알고 보니 시 의회 법령에 눈덩이를 돌이나 미사일처럼 타인에게 던지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법령은 거의 100년 가까이 이어져온 것이었다.

베스트는 이에 눈싸움을 합법화해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내세워 시 의회 의원들 설득에 나섰다.

그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뛰놀지 못하면 비만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며 나이 든 시 의원들에게 따졌다.

베스트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시 의원들은 최근 눈싸움 금지 법령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동그란 눈덩이 모양의 물체를 합법적으로 던질 수 있게 하도록 법령의 일부 규정을 개정했다.

던 맥리오드 세브런스 시장은 시 의회의 법령 개정 이후 베스트와 그의 동생 덱스에게 합법적으로 눈싸움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시 역사상 최초로 눈덩이를 '시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베스트는 "이건 낡은 법령이었다"면서 "맘놓고 실컷 눈싸움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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