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희망하는 기류…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도
북미정상회담 전 성사될 경우 '金 답방' 효용성 극대화 고민
상징적 이벤트·보수단체 집회 피하는 동선·경호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등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시간문제'가 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놓고 다양한 변수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G20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의 모멘텀'이라는 말로 김 위원장의 답방 필요성에 공감한 뒤 그 성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답방 준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장 비중을 두고 고민하는 변수는 단연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인 지난 1일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북미고위급회담이 연기되는 등 외부 변수로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연내'가 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해석이 있음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연내 답방을 바라는 기류가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7주기인 17일을 넘겨 18일께 김 위원장의 답방이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 등이 나왔으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연내든 연초든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의 말대로 연내가 됐든 내년 초가 됐든 김 위원장의 답방은 내년 초 개최가 확실시되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질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답방 시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기 바란다. 원하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하는 등 미국도 북미정상회담에 앞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기내 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김 위원장의 결단이다.

분단 후 북측 최고지도자의 서울 답방이 최초인 만큼 그 효용성을 비롯해 경호 문제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북측의 결단이 구체적인 시기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는 자연스레 제4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이 더 유리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이는 앞선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약속해 놓고도 대북제재 등에 막혀 답답한 진전을 보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북미 정상이 두 번째 대좌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제재완화 문제까지 어느 정도 결실을 본다고 가정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남북 정상이 만난다면 경협 등에 더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의 답방 성사 확률이 높아지면서 4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경우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역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자체가 세계에 보내는 평화 메시지"라며 성사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먼저 이뤄져도 그 역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 국빈방문 기간인 4일(현지시간) 한-뉴질랜드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가 연내냐 아니냐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북한의 비핵화를 더 촉진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먼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정교한 중재역에 나선다면 그 역시도 비핵화 대화의 성공 가능성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일맥상통한다.

시기나 의제와 별개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준비하는 청와대가 가장 고민스러운 대목 중 하나는 경호·의전 문제다.

문 대통령도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두고 북한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부니 경호나 안전 문제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 부분은 우리가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호나 안전 보장을 위해 교통 등 국민께 불편이 초래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이 양해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김 위원장 답방 시 교통 통제 등이 불가피할 것임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의 동선을 짤 때도 그의 답방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집회 등을 고려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숙소 역시 경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대중과 접촉이 없는 곳으로 정해야 하는 만큼 여러 곳의 특급호텔 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15만 평양 시민을 앞에 두고 했던 능라도 5·1 경기장 연설에 조응할 만한 상징적 이벤트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숙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기자단과 산행 당시 "제가 (북한에)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김 위원장이 답방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천안함 유족들에 대한 사과 등을 우선 요구하는 보수 야당이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산행 간담회 때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김 위원장이)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한 만큼 남북 정상이 함께 한라산에 오르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