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에 '새누리당 댓글기계' 설명하자 호기심…이후 '킹크랩' 시연"
"'네이버에 우리 사람 있다'고도 들어…부사장이 청와대 가더라"
특검 대질조사 이후 120일 만에 법정 재회…김 지사, 증언 지켜봐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드루킹' 김동원씨가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공판에서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김씨는 또 김 지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활동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김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김씨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파주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한 자리에서 킹크랩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시연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경공모 일원인 '둘리' 우모씨와 함께 킹크랩이 작동되는 모습을 시연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런 큰일을 하면서 정치인의 허락 없이 감히 진행할 수 있겠느냐"며 "당연히 허락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고개라도 끄덕여서 허락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끄덕여서라도 허락의 표시를 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씨는 2017년 1월 무렵부터 조기 대선 및 경선에 대비해 문재인 당시 후보를 위한 일종의 '비선 조직'으로 경공모가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김 지사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나 댓글 순위조작 결과 목록 등을 전송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활동내역을 승인받기 위해 매일 밤 댓글활동 내역을 보냈고, 확인 후 별 말 없으면 승인된 것이라 생각했다"며 "보낸 것은 기사 링크 모임으로 들어가면 저희가 어떻게 작업했는지가 다 나온다"고 말했다.

일부 기사의 댓글에 대해 김 지사가 '네이버 댓글은 원래 이런가요?'라고 반문한 것을 두고는 "문 후보 지지 댓글이 아닌 엉뚱한 댓글이 상위로 올라간 데 대한 질책"이라며 "(김 지사는)굉장히 꼼꼼한 분이다"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기사에 관한 신문 과정에서 김씨는 "주부 62%가 문 후보가 비호감이라는데, 지금은 62%가 호감 아니냐"며 "제가 할 일을 한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대선과 경선 국면에서 자신이 주도한 모임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경인선은 원래 '경공모 인터넷 선플 운동단'이라는 하부조직이었다"며 "그런데 김 의원이 '어르신께서 경공모라는 발음을 어렵게 생각하니 명칭을 발음이 쉽도록 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경공모 자체를 경인선으로 소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검이 '어르신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문재인 후보를 말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에 앞서 9월 28일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한 자리가 킹크랩 개발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씨는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댓글 기계'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김 지사에게 했는데, 김 지사가 호기심을 보여 공감대가 생겼다고 보고 킹크랩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씨는 2017년 3월 2일 국회에서 김 지사를 만나 '안철수 후보가 네이버를 장악해, 네이버가 대선에 개입하고 카페 활동이 노출될까 우려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에 김 지사가 '네이버에 우리 사람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기에 고위직에 한 명 정도 심어놨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나중에 보니 청와대로 네이버 부사장이 올라가기에 그 사람이구나 했다"라고 말했다.

김씨와 김 지사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댓글 조작의 공모 여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씨의 이날 증언과 달리 김 지사는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적은 있으나 그곳에서 '킹크랩'을 시연하는 걸 봤다거나 그런 내용을 알고 승인한 적은 없다면서 사건 연루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날 김씨와 김 지사는 특검의 밤샘 대질조사가 진행된 8월 9일 이후 120일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이날 김씨가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증인석에 앉아 증언하는 동안, 김 지사는 큰 표정의 변화 없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김 지사는 주로 눈을 내리깔거나 정면의 검사석을 응시했지만, 때로는 시선을 돌려 김씨의 증언 장면을 지켜봤다. 주변의 변호인들과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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