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출산'선택 美 부부 증가 추세…50세 미만 부모 10명중 7명 "아이 안낳을 것"

[신풍속도]

만혼, 육아 비용 등 영향…한인 30~40대도 많아
"애 없이 둘이서도 재미있다" 결혼관 변화도 한몫

# 결혼한지 4년차에 접어든 LA 한인 김모씨 부부(36세, 35세)는 아직 자녀가 없다. 미국 경기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정작 내 월급 수준은 수년간 요지부동인 가운데 렌트비를 비롯해 이래저래 생활비가 너무 빠듯해 자녀계획은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앞으로도 먹고살기 바쁜 인생이 예상된다. 게다가 둘이서도 재미있게 잘 살고 있기에 '굳이 아이를 가져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 세리토스에 사는 박모 씨 부부(40세, 38세)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5년전에 결혼할 때부터 둘이 함께 고려해오던 것이라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과 비출산을 두고 각각 얻을 수 있는 행복과 '내가 누리고 싶은 삶'에 대해 많이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

한인 부부들 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비출산을 선택하는 인구가 증가했다.

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12일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50세 미만의 미국 부모 10명 중 7명 꼴인 71%는, "앞으로 아이를 더 낳을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아직 부모가 아닌 50세 미만 성인들 중에선 37%가 "앞으로도 부모가 될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것. 이 조사는 올해 6월말부터 8월중순까지 이뤄졌고, 총 4581명이 응했다.

먼저 현재 부모인 그룹을 보면 추가 자녀계획이 없다는 71% 중에선 41%가 단순히 '원치 않는다'는 이유였고, 나머지 30%는 '다른 사정이 있다'고 답했다.

아직 부모가 아닌 그룹에서는, 앞으로도 자녀계획이 없다는 37% 중에선 23%가 '원치 않는다', 14%가 '다른 이유'를 꼽았다.

퓨리서치는 비출산 선택 인구 증가의 원인으로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크기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학업기간의 증가,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의 지연, 직장 생활하는 여성의 증가, 육아 비용의 증가 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물론, 결혼관과 출산관의 변화도 이러한 추세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선 최근 '미투' 운동 바람과 여성 혼자서 육아를 책임지는 '독박육아'에 대한 반발심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1월 발표한 '기혼여성의 재량시간 활용과 시간 관리 실태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 중 아내가 가사노동에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27분으로 남편 58분에 비해 3.6배 많았다. 또 워킹맘 10명 중 3명이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