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이어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주식·채권·원유·달러화 등 일제히 동반 약세

경제진단

투자 심리 뚝…투자자들 "피난처가 없다"

월스트리트가 흔들리고 있다. 주식은 물론이거니와 채권, 원유까지 주요 투자자산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달러화 가치도 떨어졌다.

20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3,000선이 무너졌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464.06포인트(1.99%) 내린 22,859.60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눈높이에 못 미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 속에 이틀 연속으로 급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닷새간 다우지수 낙폭은 약 1,700포인트에 달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9.54포인트(1.58%) 내린 2,467.4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8.42포인트(1.63%) 하락한 6,528.41에 각각 마감했다.
'통화긴축 리스크'에 이어 이번에는 워싱턴DC의 '정치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짓누른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피하기 위한 긴급 지출법안의 서명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출법안에 반영되지 않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내세워 강경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셧다운 리스크'가 부각됐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다른 투자자산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원유는 또 폭락했다. 가뜩이나 수급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증폭된 탓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5.88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6월 이후로 18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값도 주저앉았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오후 5시 30분 현재 0.032%포인트 상승한 2.808%를 나타냈다. 5년물과 2년물 수익률도 일제히 올랐다. 연준이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다소 강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했다는 판단 속에 채권금리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달러화 가치도 떨어졌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시간 0.55% 하락한 96.44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산들이 '도미노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金)만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1.50달러(0.9%) 상승한 1,267.90달러에 마감했다. 그만큼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취약해졌다는 의미다.
'헤지펀드계 거물'데이비드 테퍼는 경제매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에게 현금 확보를 추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