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2018년 무술년을 보내며

뉴욕 포옹서비스 인기, 연말 맞아 이용객 90% 급증
1시간 80달러… 상실감 큰 40~60대 남성이 주고객
불안,스트레스,상실감,고독 등 스킨십 통해 위로감
"그래도 먹고 살만했던 한 해, 서로 등 쳐주며'아듀'"

최근 뉴욕에서는 연말이 되면서 '포옹서비스'가 인기다. 그야말로 포옹 전문가들이 외로운 사람들을 안아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다. 뉴욕포스트 29일 보도에 따르면 "포옹서비스 제공업체 '커들리스트' 고객 예약 건수가 올 한 해 평균 대비 50%, 작년 연말 대비 90% 늘었다.

▶마지막 날 31일 예약 몰려

지난 2016년 창업한 '커들리스트'는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한 포옹 전문가(cuddlist)들을 통해 고객에게 가벼운 포옹, 꼭 끌어안기, 안고서 오랫동안 앉거나 누워 있기, 포옹한 상태로 가벼운 대화 하기, 껴안고 가볍게 어루만져주기 등 포옹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포옹을 넘어서는 성적 접촉은 금지된다. 이용료는 시간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다양한데, 평균적으로 시간당 80달러 수준이다.

한 포옹 전문가는 "평균 한 주에 7~10건 예약이 잡히는데, 올해의 마지막 날인 31일엔 고객 6명 예약이 한꺼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올해 마지막 손님은 누구일까.

31일 심야에 서비스하기로 한 고객은 뉴욕 부유층이 거주하는 어퍼 이스트 지역에 홀로 살고 있는 은퇴한 70대 회계사다. 하나 뿐인 아들이 시카고에 살고 있지만 자주 보지 못하는 사이다.
이 포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불안, 스트레스,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40대에서 60대 남성이 대부분이고, 독신 또는 최근에 사별한 사람이 많다.
이들은 가벼운 스킨십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심리 테라피'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감정적 웰빙 추구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커들리스트 외에도 '더 스너글 버디(The Snuggle Buddy)', 비영리단체 '커들 파티(Cuddle Party)'등이 포옹 서비스를 제공한다.

남성들의 감정적 웰빙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최근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한적한 사무실에선 매주 정기적으로 남성 치유 힐링 모임인 '맨카인드 프로젝트(ManKind Project: MKP)'의 회원 20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 친구와의 불화, 신체적 노화 등 각자 걱정거리와 불안감을 털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조언과 위로를 해 주는 식이다.

참가자 연령대는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고, 직업도 경찰·의사·공무원 등 제각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위계 서열을 중심으로 하는 남성 문화와 가부장제에서 탈피해 MKP처럼 대화와 감정 교류를 통해 유대감을 맺으려는 남성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MKP는 미국 내 24개, 해외에 11개 지부를 갖고 있다. 회원은 작년 대비 올해 8% 늘었다. 남성들이 이런 단체를 찾기 시작한 이유는 경제적 불안감과 불투명한 미래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위로를 필요로 하는 남성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실제 작년 미국 남성 자살 건수는 여성보다 3.5배 더 많았다. 물론 외로움을 느끼는데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허전함 뒤엔 또 내일의 희망

쉴새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한 해를 뒤돌아보니 그저 허전하기만 하다.

혼자 되신 아버님, 무릎때문에 고생하는 어머님, 은퇴 후 힘들어하는 남편, 나이 50 넘기며 우울증세 보이는 아내. 대화는 커녕 얼굴 보기 힘든 자식들, 저마다 살기 힘들어 점점 만나기 힘들어진 친구들, 박봉과 고된 업무에 심신이 피곤한 직장 동료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터놓지 못한채 외롭지 않은 척 버텨온 나…그래, 이제 또 한 해가 지난다. 올해도 비록 큰 걸음은 못내뎠지만 그래도 먹고 살만은 하지 않았는가. 오늘 하루라도 조용히 눈을 감고 하나씩 하나씩 안아주자. 그리고 등 두드려주며 보내 주자,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