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륙 7000마일, 신발 14켤레 닳아 없어질때까지 '걷고, 또 걷고'

[신년화제]

2012년부터 도보로 횡단 중 60세 女의'행복 찾기'
하루 10시간 걸으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질문
"물질이 아니고 돈도 아닌…사람과의 관계가 해답"

'행복 산책(Happiness Walk).'
올해 환갑인 폴라 프랜시스(60)는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벌써 6년째이다. 광활한 미국 대륙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힘든 여정이지만 즐기면서, 행복을 느끼며 걷는다. 그녀의 프로젝트 명칭 '행복 산책' 그대로이다.

▶국민총생산 보단'국민총행복'

프랜시스는 지난 2012년 행복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출발지는 미국 북동부 끝자락의 버몬트주 스토우였다. 이곳에서 시계방향으로 동부해안을 따라 내려와 남부를 가로지른 뒤 서부해안을 따라 올라갔다. 그녀는 지난 5월 북서부 끝인 워싱턴주 시애틀에 도달한 뒤 다시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아이다호주를 거쳐 2019년 새해를 맞은 현재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부근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콜로라도주, 네브래스카주 등 미국 중부를 가로질러 다시 동북부 끝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계획은 2019년 가을쯤 도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걸은 거리는 7000마일(약 1만1270km)이 넘는다. 그동안 14켤레의 신발이 완전히 다 닳아 없어졌다.

그녀는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는다. 걷고 쉬기를 반복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다.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모으는 게 그녀가 6년째 하고 있는 '행복 산책'의 목적이다.

그 질문이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What matters most in life?)"이다.

프랜시스의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총체적 국민행복USA(Gross National Happiness USA)'가 추구하는 목표 중의 하나이다. 이 단체는 총체적 국민행복을 국가적 최우선순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한 히말라야 지역의 작은 나라 '부탄 왕국'의 철학을 도입하고자 한다. 지난 1972년 부탄의 왕은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감동한 프랜시스는 '총체적 국민행복'이라는 단체를 공동설립해 '행복에 기반을 둔 경제'를 구현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다.

▶조바심을 내려놔야 행복

그녀는 보통 하루에 10시간, 거리로는 대략 25마일(약 40km) 정도 걷는다.

텐트를 비롯한 간단한 캠핑장비를 배낭과 함께 갖고 다니지만, 종종 그녀가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초대를 받게 되면 식사와 잠자리를 신세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것도, 어떤 기록을 세우려는 것도 아니기에 가능한 얘기이다.

프랜시스는 6년째 걷고 있지만 처음과 마찬가지로 자급자족할 수 있고, 건강에도 자신감이 있다.

지금까지 수천명을 만나면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중 가장 많은 것은 돈이 아닌 '사회적 관계'이다. 만난 사람들 중 3분의 1 가량이 이같은 범주에 속하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가족, 친구,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고루 포함된다. '물질적 행복'이나 '돈'이라는 답변은 만난 사람들의 3% 미만이었다.

프랜시스는 행복 산책의 과정을 통해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뭔가 충분하지 않은지 등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그런 조바심을 놓아버린 뒤 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편안한 자유와 희망의 힘'이다.

프랜시스는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다시 걷는다. 미국 중부를 가로지르는 춥고 험난한 길이다. 그래도 그녀에겐 행복한 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