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타격 美보다 中에 크지만 봄 지나면 상황 뒤집힐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애플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에 대해 '비공식 보이콧'을 벌이는 중일 수 있다고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전했다.

8일 블룸버그통신과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중국 수요가 전반적으로 미국 제품에 등을 돌리는 타격을 애플의 매출이 받을 수 있다"며 이를 '비공식적 보이콧'(informal boycott)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이들은 애플의 중국 시장 부진이 단순히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 때문만이 아니라 아이폰 최신형 가격 경쟁력 문제, 위안화 가치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 주식 리서치 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국과 인도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관심을 덜 보이며 샤오미와 삼성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중국 시장 부진을 중국 경기의 한 지표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애플이 미국의 간판기업인 데다 양국 갈등이 기술 부문에서 두드러지는 만큼 애플이 무역 전쟁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메릴린치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다툼을 고려하면 정치적 여파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휴대전화 시장에서 특히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제까지 무역 전쟁이 미국보다는 중국 경제성장에 더 큰 충격을 줬으나 이런 상황은 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그동안 무역 전쟁 타격을 상쇄한 미국의 감세와 소비지출 증가 효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무역 전쟁은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는 만큼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과 달러 환산 해외 매출이 떨어지게 되며, 미국 제품에 대한 비공식 보이콧은 미·중 무역 격차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