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대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22)가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NFL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했다.
지난해 대학풋볼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거머쥔 머리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가 NFL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포기한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도 머리의 선택이 주목받는 건 그가 이미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머리는 작년 6월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클랜드 구단은 오클라호마대 중견수로 지난해 51경기에서 타율 0.296, 출루율 0.398, 10홈런, 47타점, 10도루를 거둔 머리에게 계약금 466만 달러를 안겼다.
머리는 키가 178㎝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NFL 구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왜소한 체격이다. 하지만 머리가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대 주전 쿼터백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머리는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대를 정규시즌 12승 1패로 이끌며 팀을 대학풋볼 최강을 가리는 4강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려놨다.
하이즈먼 트로피라는 대학풋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며 머리의 주가는 급등했다. 그는 단숨에 NFL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후보로 떠올랐다.
머리는 정확한 패싱 능력에 더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쿼터백이다. 그는 던져서 4361야드, 직접 달려서 10011야드를 기록했다.
선택지가 늘어난 머리가 메이저리그와 NFL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자, 자칫 1차 지명 선수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오클랜드 구단은 설득에 들어갔다. 빌리 빈 야구 운영 부문 부회장과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 등 오클랜드 구단의 수뇌부들은 최근 그를 만나러 댈러스까지 날아갔다. 이 자리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마케팅 임원진까지 동석했다.
물론 머리가 NFL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했다고 해서 야구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클랜드 구단으로부터 좀 더 나은 계약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또 4월에 진행되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풋볼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뉴욕 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리가 오클랜드 구단 측과 만나 야구와 풋볼을 병행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법을 모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