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은 못해…사우디 검찰, 가정학대 조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버지의 통제와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트위터로 '구원'을 요청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우디 소녀 라하프 알쿠눈(18)이 최근 태국에서 같은 이유로 귀국을 거부하고 트위터로 도움을 요청한 끝에 캐나다 망명이 성사된 일이 국제적으로 이목을 끌면서 다른 사우디 여성에게도 '용기와 동기'가 전파된 셈이다.

노주드 알만딜이라고 자신을 밝힌 이 여성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자신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고 아랍어로 아버지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서 알만딜은 "아버지가 나를 욕하고 때려 고통받고 있다. 오늘 아버지가 아주 사소한 이유로 나를 불태워버린다고 위협했다.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도움과 지지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내 방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려 친구의 차를 타고 도망쳤다"며 "예전에 가출했을 때 아버지가 경찰에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는데 소용이 없었으니 제발 경찰에 아버지를 신고하라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알만딜은 가출하긴 했지만 '국외 탈출'에 성공한 알쿠눈과 달리 사우디에서 출국하지는 못했다.

사우디 현지 언론은 17일 이 동영상을 인지한 사우디 검찰이 가정 학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여성의 잇따른 '가출'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우디의 문화와 더불어 가족 중 남성 보호자가 출국, 교육, 취업, 결혼 등 여성의 법적 행위를 승낙하는 권한을 갖는 '마흐람 제도'의 부작용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서방은 물론 사우디 내 개혁적인 인권 단체들은 이 제도를 여성의 권리를 가장 크게 침해하는 구시대적 관습법으로 지목한다.

사우디가 비록 최근 2년간 운전, 축구경기장 입장 등 상징적인 여권 신장 조처를 했지만 궁극적으로 마흐람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게 사우디 국내외 인권 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우디의 이런 개혁 정책을 주도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조차 마흐람 제도 폐지에 대해선 미온적이다.

이는 사우디 왕정이 정부와 시민의 계약 사회가 아닌 부족 사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확장한 국왕에 대한 복종을 통치의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