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들, 일제히 '리스크 관리'돌입…한인은행도 대출 목표치 낮추고 '몸사리기'

[경제진단]

연방정부 셧다운 등 투자 심리 악영향 우려
뱅크오브호프·한미 행장들 "하강 국면 준비"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경기 하강 우려에 따른 융자 둔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작년 말부터 대출은 조이고 대손 충당금은 늘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가올 경기 침체에 대비해 미리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한인 은행들도 대형 주류은행과 같이 올해 융자 목표치를 낮추고 충당금을 늘리는 등 영업환경 악화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는 15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상업 및 기업 대출이 전년 동기대비 1%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의 4% 증가율에 비해 낮아진 수치다. 2017년 4분기 대출 증가율 6%보다도 낮다. 체이스은행은 대출 증가율이 하락한 원인의 일부는 경기 둔화 탓이고, 일부는 특정 분야에서 대출을 의도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실 대출에 대비한 충당금은 늘렸다. 체이스는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15억5000만달러를 충당금으로 쌓았다. 상업 및 기업 대출 상각, 신용카드 부문의 손실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간의 대출 증가세 둔화와 충당금 확대는 지난 몇 년간의 신용 사이클이 하락세로 반전될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웰스파고도 연간 기준으로는 총 여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기지 대출이 28%나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초부터 지속된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라 모기지 영업을 축소한 탓으로 관측된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씨티은행도 소매 대출이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소비자 금융부문 영업수익이 84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와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4분기 영업수익은 1년 전보다 2% 감소한 171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은행들의 올 1분기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은 편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계속 된다면 많은 고객들과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쳐 성장률은 제로(0)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인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기조로 돌아선 것도 주류은행과 같은 차원에서다. 한인은행권도 올해 대출 성장 목표치를 낮추고 수익성 개선 등 경기 둔화기 수성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뱅크오브호프 케빈 김 행장은 연초 "그동안 경기 호황을 보냈으나 이제는 하강 국면을 준비할 때"라며 "올해 경영효율성과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16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미은행의 금종국 CEO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은행 영업환경을 고려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하고 있는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성 증대 등의 전략적 결정이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올해 융자 성장률 목표치를 낮추고 지난 4분기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것 등이 리스크 관리의 일환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