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선물용 30불 짜리 '검사 세트'인기, 뜻밖의 검사 결과에 '울고 웃고'드라마

[뉴스포커스]

52년 전 입양 보낸 딸과 눈물의 상봉
"아버지 DNA가 우리 남매들과 달라"
쉬운 DNA검사…축복? 아니면 불행?

과학 수사에서 사용되거나, TV 드라마에서 친자 확인을 위해 비밀스럽게 병원에 의뢰하는 것으로 나왔던 DNA 검사가 상용화되면서 드라마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다. 미국의 한 회사는 작년 연말 선물용 상품으로 'DNA 검사 키트(Kit)'를 30달러 정도에 판매,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호기심 또는 재미삼아 해본 검사 결과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었다.

▶"너무 고마운 DNA 검사기"

# 지난 주말, LA의 한 공항에서 백발의 여성이 한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공 지연으로 3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공항의 안내방송을 들은 카렌 레슬리 씨는 그 시간이 3일 만큼 길게 느껴졌다. 그녀는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지난 1967년, 레슬리 씨는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상태의 미혼모였다. 하나 있는 딸을 홀로 키워보려 했지만. 여건이 안 돼 가톨릭 입양 기관에 맡겼다. 그 이후 레슬리 씨는 주변 사람에게 말을 못했지만, 딸을 버렸다는 죄의식과 딸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혹시 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레슬리 씨는 지난해 DNA 검사를 했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 뒤, 한 여성이 엄마를 찾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그 여성의 DNA가 자신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생후 2개월에 생이별했던 딸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52년 전 헤어졌던 엄마를 보기 위해 그녀의 딸이 비행기를 타고 LA로 왔다. 꿈속에서도 잊지 않았던 딸과 상봉하는 순간, 레슬리 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딸과 포옹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뒤늦게 들통 난 母의 불륜

아칸소 주의 클레어 씨(56살)는 지난해 생일 선물로 그녀의 아버지, 세 남매와 함께 DNA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받아 본 클레어 씨는 깜짝 놀랐다. 아버지, 세 남매와 자신의 DNA가 전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레어 씨는 거울을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평생 자신의 모습 가운데 반쪽은 아버지, 반쪽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 모습의 절반이 누구의 것이지 모른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DNA 추적을 한 결과,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가 결혼 전 만났던 사람이었다. 어머니의 불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클레어 씨는 자신의 사연을 온라인상에 공유했고, 자신과 유사한 일을 당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감동도 있고, 이혼도 있고

일반인도 쉽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레슬리씨처럼 감동의 상봉 소식이 감동을 주는 뉴스로 많이 소개된다. 반면, 클레어씨처럼 뒤늦게 불륜 사실이 들통나는 일도 적지 않아 DNA 검사를 받은 뒤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면서, 사회 일각에선 이 같은 과학 발전의 결과물이 '인류에 축복이냐' 아니면 '불행이냐'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