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어딘가에 살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 여한이 없습니다."

30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에서는 38년 만에 감격스러운 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대구에 사는 김진호(61)씨 부부가 38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을 만나 회한의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1981년 12월 아는 사람 결혼식에 데리고 간 3살 아들의 손을 놓치면서 길고 긴 이별의 시간이 시작됐다.

김씨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백방으로 아들을 찾아 나섰으나 허사였다.

그 사이 아들은 그날 누군가에 의해 시내 한 보호시설로 인계됐고 몇 달 후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러던 중 최근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이 1970∼80년대 길에서 잃어버린 무연고 보호아동의 행방을 파악하던 중 실마리가 풀렸다.

한 보호시설에서 보관 중인 아이들 사진 중에 김씨 부부가 제출한 사진과 닮은 얼굴을 찾았다.

경찰은 김씨 아들이 미국에 입양된 사실을 알고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한 뒤 입양한 사람의 주소지로 편지를 보냈지만, 수취인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지가 반송됐다.

해외 입양인들이 모인 SNS 그룹에도 글을 올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후 한국 경찰이 한 아이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 내 한 입양 관계자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38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 김태형 씨는 39살 미국인 조슈아 라이스로 살고 있었다.

경찰은 아들의 DNA 샘플을 송부받아 아버지 것과 비교한 뒤 최종적으로 친자 관계임을 확인해 기적적으로 상봉이 이뤄졌다.

라이스 씨는 "내가 버려졌다고 생각했는데 친부모가 나를 애타게 찾고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는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이렇게 잘 자라 줘서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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