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서울대병원서 3일장…9일 발인 후 태안화력발전소서 노제 예정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불의의 사고 이후 2달이 다 돼가도록 미뤄졌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장례가 마침내 치러질 수 있게 됐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와 당정은 5일 김씨의 장례 일정을 합의했다.

장례는 7일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으로 치러지며, 9일 발인 후에는 김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등에서 노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당정 합의에 따라 장례 비용은 한국서부발전이 모두 부담하고, 유가족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균 씨는 작년 12월11일 오전 1시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 근무중 컨베이어벨트 이상을 확인하다 기계에 몸이 끼인 채 숨졌다.

평소에도 석탄 먼지가 많이 발생해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김씨는 입사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고 당시 혼자 근무 중이었다. 나중에 경찰 조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씨는 노동자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남긴 유품은 컵라면, 탄가루가 묻은 슬리퍼, 지시 사항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수첩 등이 전부였다.

김씨의 죽음 이후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위험뿐 아니라 죽음까지 외주로 돌린다는 '죽음의 외주화'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김씨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곳곳에서 열리는 등 여론이 뜨거워지자 정치권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김씨의 모친인 김미숙 씨를 비롯해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꾸준히 압박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대책위는 산안법 개정 이후에도 김용균 씨 사망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장례를 미뤄왔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을 약속받지 않고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 시민대책위의 입장이었다.

시민대책위는 22일 김용균 씨를 충남 태안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뒤 "설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며 단식 농성에도 돌입했다.

단식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대표, 청년전태일 김재근 대표, 사회변혁노동자당 김태연 대표, 형명재단 이단아 이사 등은 15일 만에 당정과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단식을 중단할 수 있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당정 합의에 대해 "위험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을 바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럼에도 다시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부 여당의 발표에서 희망을 본 것이 아니라 정부의 변화를 끌어낸 노동자와 시민의 힘을 믿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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