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주자들이 불지핀 '부유세'논쟁…대선 주자 워런·샌더스 등 진보 정치인들 앞장

[뉴스진단]

최대 유권자 그룹 부상'밀레니얼 세대'에 추파
2020 대선 최대 이슈 떠올라, 민주당 적극 지지
공화당, 백악관등은 "좌파들의 끔찍한 아이디어"

부유세 도입이 2020년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69·민주당)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77·무소속) 상원의원이 모두 부유세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정치·경제계의 거물들과 백악관까지 이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부유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이나 소득에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것을 뜻한다.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자에게서 빼앗아 약자에게 나눠주자'는 주장을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론화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 배경으론 최근 최대 유권자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는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에 이르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출생)의 부상이 꼽힌다. 기성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데다, 사회주의를 겪어본 적 없는 젊은 세대가 부유세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매체에 따르면 부유세 이슈의 불씨를 처음 댕긴 이도 밀레니얼 스타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민주당) 하원의원이다. 그는 1월 초 CBS에 나와 "연소득 1000만달러이상 고소득자에게는 최고 소득세율 70%의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끔찍한 아이디어"라면서 "경제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부유세 논쟁을 가열시켰다. 이 초선 의원의 주장은 다보스 포럼에서도 즉석 의제로 오를 만큼 정·재계를 휘저어 놓고 있다.

부유세 논쟁은 일찌감치 미 대선판을 달구고 있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워런 의원은 지난달 24일 재산 5000만달러 이상의 부자에겐 2%, 10억달러(1조1200억원) 이상엔 3% 재산세율을 부과하는 '초백만장자 세금(Ultra-millionaire tax)'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어 31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이 '99.8%를 위한 법안'을 제안했다. 350만달러 이상을 상속받은 0.2%의 부유층에 대해 최고 77%의 상속세율로 과세하는 법안이다. 대선 주자 사이에서 "부자 증세보다 저소득층 감세로 우회하자"(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부유세는 황당한 소리"(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라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까지 가세했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일 "부자들을 중과세로 힘들게 하는 것은 좌파들의 격언과 같은 오랜 습성"이라며 "베네수엘라를 봐라. 완전한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부유세 바람은 '억만장자 정부'를 이끄는 부동산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미국에선 극심한 부의 편중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 10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 대상 세율 인상안'에 대한 찬성률은 70%에 달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90%가 찬성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유권자 그룹으로 떠오른 것도 부유세 어젠다가 부상한 이유로 꼽힌다. 2020년 대선에선 밀레니얼 8300만명 대부분이 투표권을 가지면서, 기존 유권자 최대 집단이었던 베이비부머(1946~1965년 출생·7540만명)를 능가하게 된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1980~90년대 호황기에 중산층에 대거 진입한 반면, 밀레니얼은 진학·취업을 시작한 2008년, 금융 위기와 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아직까지 부유세가 실제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 논쟁이 가열될수록 민주당 정책을 더 '왼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