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한인 젊은 세대 결혼 문화…'주례없는 결혼식'등 개성 뚜렷

[신풍속도]

"상투적인 주례사 보다 신랑신부 직접하객에 서약"
목회자 등 어른들 대신에 친한 친구가 주례 맡기도
돌 순서지, 지구본 방명록 등 참신한 아이디어 만발
"맞춰진 틀에 연연않고 색깔 확실한 둘만의 결혼식"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김민영(30·가명)씨는 지난달 최소한의 결혼예식을 위해 사회자를 고용하고 신랑과 직접 만든 편지 형식의 결혼서약서를 읽는 '주례없는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솔직히 주례는 그냥 틀에 박힌 예식 인 것 같아서 저희 커플은 그게 싫었다"라면서 "차라리 우리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다고 하객들 앞에서 다짐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주례없는 결혼식을 했다"고 말했다. 반대할 줄 알았던 양가 부모님도 주례가 없어 더 짧고 오히려 좋아하셨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최근 목회자나 은사 등 흔히 존경하는 어른의 주례 대신 신랑신부가 직접 쓴 결혼서약으로 대체하거나 주례를 아예 생략하고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웨딩을 꾸미는 커플들이 늘고있다.

LA 한인타운의 웨딩업체인 '샤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스타 정씨는 "얼마전에도 보통 나이드신 어른이나 목회자가 도맡아하는 주례를 신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대신했다"며 결혼을 앞둔 한인 2세 커플 사이에서 주례없는 결혼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웨딩업체 '디바인 디데이 웨딩플래닝'의 12년차 베테랑 강제나 대표는 "웨딩 드레스 등 절대 변하지 않는 웨딩의 큰 뼈대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젊은 층의 결혼식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례 없는 결혼식이 대표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등의 틀에 밖힌 주례사 보다 평소에 주고받는 대화체의 자연스러운 서약서가 둘만의 이야기로 대신하 능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최근 자신이 직접 경험한 몇가지 재미있는 웨딩 사례들을 소개했다.

▲신부가 결혼식 순서를 직접 하얀색 펜으로 쓴 돌을 하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초를 이용해 '한몸 점화'하는 순서 대신 나무에 물을 주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 ▲두가지 와인을 따로 내놓지 않고 붉은색과 화이트색을 섞은 와인을 제공하거나 ▲신랑신부가 처음 만났을 때 먹은 피자와 똑같은 피자를 두사람이 다시 나눠먹는 등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본인들만의 특색있는 방식들이다.

이밖에 칵테일 아워에 신부가 평소 좋아하는 술을 '시그니처 드링크'로 만들어 결혼식을 더 특별하게 빛낸 케이스도 있다.

강 대표는 "식상한 방명록 책 대신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는 지구본에, 서핑을 좋아하는 신랑은 서핑보드에 메시지를 적게 하는 신선한 경우도 있다"며 "신부행진곡 대신 둘만의 추억이 있는 음악을 선정하길 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웨딩업체 관계자들은 "기존의 엄숙한 결혼식이 아니라 코믹하면서 로멘틱한 진행 등 다양한 유형의 테마 결혼식도 많다"며 "일부 연로한 부모들이 당황할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고 입을 모았다.
옛날처럼 정해진 진부한 결혼 행진곡에 입장하고 상투적인 주례사를 들으며 엄숙하게 치르는 결혼식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맞춰진 틀에 연연하지 않고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우리 둘만의 결혼식'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