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효과 상쇄 방지 장치…수출경쟁력 조작 우려도 반영된 듯
환시개입 제한·투명성 확보는 트럼프 양자 무역협상 키워드
중국 "위안화, 무역전쟁 도구 아냐…미국, 정치화 말아야"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김윤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합의안에 중국 당국의 위안화 환율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관세 타격 흡수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전략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무역협상 합의안에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조항을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담판의 토대가 될 양해각서(MOU)에 환율정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양국 관리들의 논의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문구를 두고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위안화 안정화에 대한 중국의 확약은 최근 수개월 간 진행된 다수 협상 라운드의 의제였고 양국 최종합의의 골간을 이룰 일부로 잠정 합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는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위안 가치가 떨어지면 하락 폭만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효과가 줄어들고 미국이 의도한 무역전쟁의 타격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움직일 핵심 수단으로 관세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기존 관세의 효과를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조처를 한다면 그 조치가 무엇이든 간에 더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의 궁극적 목표를 중국 산업·통상정책의 구조적 변화로 삼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합의를 강제할 무기로 고율 관세를 앞세우고 있다.

미국 통상정책에서 교역 상대국의 환율정책은 관세효과보다 무역 불균형 문제를 두고 더 자주 거론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고의로 낮춰 자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인다고 비난하고 있다.

작년에 달러 대비 위안의 가치는 5% 이상 떨어져 일각에서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미국 재무부는 작년 10월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재무부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며 무역흑자를 노린 위안화 절하를 자제하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달러 대비 위안의 가치는 작년 10월에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지금까지는 2%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위안화 환율이 무역분쟁에 대처하는 도구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시장 규정과 객관적인 사실을 존중하고 환율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 상대국들과의 협상에서 외환시장 개입방지를 명문화하라고 압박해왔다.

백악관은 작년 9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때 배포한 팩트 시트를 통해 한국 정부의 확약을 거론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한국 정부가 경쟁우위를 노린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환율정책에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등의 내용을 미국 재무부에 약속했다는 설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개정한 새 협정에도 환율시장 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도 유사한 방지책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작년 12월 발표한 올해 일본과의 무역협상 목표에서 환율조작 방지를 적시했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 7년간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환율정책 문제를 의제로 다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