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진단]

美근로자 쪼그라든 밥그릇, 50년만의 최저 실업률 무색
더딘 임금상승률, 복지 혜택…4분기 연속 하락세 기록
반면 회사들 몫은 더 커져, AI 등 기술 발전·세계화 영향

미국 실업률이 5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몫은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임금이 오르고, 자본의 몫이 줄어드는 대신 노동자의 몫이 커진다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들어맞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로봇공학,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이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경기호황에 따른 구인난으로 기업들이 아우성이지만 정작 임금 상승률은 더디고,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의 몫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급여, 복지 등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이후 꾸준히 낮아지기 시작했고, 최근의 10년 호황에도 불구하고 2008년 경기침체 당시의 최저수준에서 소폭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연방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노동자들의 급여·복지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현재 52.7%로 4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노동자의 몫이 줄어드는 가운데 법인, 기업, 지주 등 회사의 몫은 커지고 있다. 1980년대 GDP의 12%에도 못미쳤던 이들의 몫은 지금 20%가 넘는다. 수십년간에 걸친 중산층 소득 정체, 노동조합 가입률 하락, 국제 교역 증가와 세계화가 이제 숫자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 배당이나 주가 상승 등으로 일부 개인들은 부유해졌지만 대부분 미국인들의 수입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임금이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소득불균형 역시 그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과거에는 흐름이 달랐다. 이런 조건이었다면 노동의 몫이 커지고, 기업의 몫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고, 2010년 이후로는 53.4%를 넘은 적이 없다. 경제학자들은 수확체감의 법칙과 어긋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다양한 설명들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간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고용주가 소수로 집중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다. 세계화와 기술발전도 한 몫 하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화 덕에 노동비용이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또 세계화 추세 속에 '승자독식'이 자리잡으면서 아마존, 구글, 월마트 같은 업체들이 지역의 작은 경쟁업체들을 몰아내고 있다.

게다가 로봇공학,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트럭운전부터 대출심사에 이르기까지 온갖 일상적인 일자리들이 기계로 대체될 것이어서 노동의 몫이 줄어드는 추세는 급격히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