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 스톤타운 소재 3층 건물, 관광객 북적, 현지인은 '시큰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음향 효과상, 음향 편집상, 편집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유년기를 보낸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옛집이 일약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프레디는 잔지바르섬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랍과 유럽의 흔적을 간직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이 섬 '스톤타운'에 있는 3층 건물에서 2-3살때 부터 6년여를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건물 현관에는 영어로 '프레디 머큐리 일가(一家)'라고 쓴 게시물이 붙어 있고 벽에는 음악계 활동상이 담긴 사진이 장식돼 있다.

26일자 아사히(朝日)신문 르포기사에 따르면 이 건물앞에서는 요즘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네덜란드 등에서 온 여행자들이 연달아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 건물은 현재 인근에 있는 '텐보하우스호텔'이 소유하고 있다. 호텔과 보석가게로 활용하고 있으며 보헤미안 랩소디가 히트한 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호텔 간부인 카림 모하메드(61)에 따르면 일반 관광객도 숙박할 수 있다. 취재가 이뤄진 1월 말께 숙박요금은 1박에 200 달러(약 22만 원) 정도였다. 2002년께 호텔 사장이 이 건물이 프레디가 살던 집이라는 사실을 알고 매입해 리모델링 했다고 한다.

건물 내부는 숙박객에게만 개방된다. 현관을 들어서면 정면에 돌로 된 계단이 있다. 프레디 가족이 살던 방은 3층에 있다. 80㎡ 정도의 공간에 침실이 2개다. 실내는 모두 리모델링했으며 프레디가 살던 당시의 가구 등은 남아 있지 않다.

잔지바르섬은 18-19세기에 상아와 향신료, 노예무역으로 번성한 곳으로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휴앙지다. 프레디는 잔지바르가 영국령이던 1946년9월 여기서 태어났다. 조로아스터교 신자인 양친은 인도 출신으로 아버지는 영국 정부에서 회계 관련 일을 했다.

8세 무렵 인도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섬을 떠나 잔지바르가 독립한 1963년께 돌아왔지만 정변을 피해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1970년대 전반 영국에서 록밴드 '퀸'을 결성, 스타덤에 올랐다.

섬에서 목공예품점을 운영하는 킨디랄 포팟트(82)는 "영화 개봉후 유럽 관광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유년시절의 프레디를 몇번이나 만난 적이 있다는 그는 프레디의 생가는 지금 호텔이 돼 있는 곳에서 도보 5분 거리의 해변에 있으며 현재는 레스토랑이 돼 있다고 전했다.

그가 생가로 지목한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프레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관심없다는 표정이었다. 현지 주민의 프레디에 대한 관심도 별로 높지 않고 팬들의 '성지순례'를 관광진흥에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별로 없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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