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변 '+α' 견인이 바로미터'…일방적 제재완화 땐 역풍
전문가들 "김정은, 종전·핵동결-제재완화 맞교환시 승리"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두 번째 핵(核) 담판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사상 첫 북미 정상 간 대좌로, '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있은 지 8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하노이 담판'은 한반도 정세를 가르는 중대 분수령일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사람 모두에게도 정치적 명운이 걸린 승부수이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담판에서 두 사람 모두 '윈-윈'의 '통 큰 빅 딜'을 도출해 낼지, 아니면 어느 한쪽의 승부로 기울지 그 향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뇌관'인 제재완화 문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이 어떤 식으로 수렴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만약 어느 한쪽이 큰 양보를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해당 당사자로선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거래의 달인', '북핵 해결사'를 자임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무엇보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가시적인 비핵화 실행조치에 대한 '결단'을 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앞으로의 1박 2일간의 핵 담판에서 북미 간에 어느정도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에 더해 '플러스알파(α)'를 얻어내느냐, 그리고 '+α'의 최대치를 견인해내느냐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패를 가르는 최대 바로미터로 꼽힌다.

특히 미 조야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필수적 조치인 핵·미사일 관련 신고 리스트와 사찰·검증일정 및 범위, 전체 로드맵 및 시간표 확보 등을 성공한 회담의 기준점으로 제시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본토 타격 가능성으로 미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또는 반출 문제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내야 한다는 기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엄청난 회담이 될 것', '매우 성공적으로 될 것'이라며 연일 낙관론을 발신하며 기대감을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서두를 것이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하며 대외적인 회담 기대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어 비핵화의 입구 단계인 '동결' 수준의 합의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핵·미사일 실험만 없다면 행복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성공'이라고 자평하며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북미 간 합의가 '동결'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한다거나 과감한 '+α'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빈손 핵 담판'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거센 제동을 걸고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뜩이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차 회담 당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폭탄선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판을 흔들 추가 돌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여전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성공론을 펴면서도 동시에 최근 들어 대외적인 회담 기대치를 잇달아 낮추는 흐름이어서 실제로 어느 정도 결과물을 낼지를 놓고는 미 조야 등에서 회의적 시선이 여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확약해내지 못한 채 북한이 최우선 순위로 원해온 제재완화 문제에서 일부분 내어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미국의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승리'로 여길 수 있는 상황과 관련, 미 CNN방송은 26일 전문가의 예상을 토대로 3개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AP통신의 전 평양 지국장 출신인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치적인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를 꼽았다. 이는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평화협정은 아니지만 조부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누구도 생전 이루지 못한 목표인 만큼, 김 위원장이 북한 인민들에게 '선전전의 승리'로 내세우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 센터장은 이 같은 선언은 김 위원장이 경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북한이 중국, 유엔, 미국과 공식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센터장은 특히 김 위원장은 핵 프로그램 포기 약속을 대가로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며,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가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 나서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같은 모습을 반복하는 것 만으로도 작은(modest)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외교와 무역에 있어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며, 중국과 한국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 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했던 것처럼 이번 회담에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충동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주요 양보를 한다면 김 위원장에게는 큰 승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의 자오 퉁 박사는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과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시나리오를 꼽았다.

그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보유한 기존 핵 능력의 핵심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에 초점을 맞춘 합의를 수용한다면 이는 김 위원장이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je@yna.co.kr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