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주정부와 합의…주문한 성전환 고객과의 법적 분쟁은 계속될듯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트랜스젠더(성 전환자) 고객의 케이크 제작 주문을 거부한 미국의 한 케이크집 주인이 주(州) 정부와 벌여온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제과점주와 주 정부 사이의 것이어서, 케이크를 주문한 트랜스젠더 고객과의 법적 분쟁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은 콜로라도주(州) 덴버 교외에서 '매스터피스 케이크숍'을 운영하는 잭 필립스가 주를 상대로 연방법원과 주 법원에 제기한 소송 등 2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콜로라도주와 합의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자는 또 소송 비용과 변호사 선임료를 각자 부담하기로 했다.

기독교인인 필립스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콜로라도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필 와이저 콜로라도주 법무장관은 "심사숙고 끝에 양측은 이 소송을 더 진행하는 게 누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며 "더 큰 틀에서의 헌법적 쟁점은 언젠가 결정돼야 하겠지만 이번 소송이 그 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스는 "오늘은 자유를 위한 승리의 날"이라며 콜로라도주가 자신의 신념에 적대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201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로라도주의 성전환 변호사 오텀 스카디나는 자신이 주문한 케이크를 필립스가 만들지 않겠다고 하자 성 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 행위라며 주 시민권위원회에 소송을 냈다.

스카디나는 자신의 생일 겸 여성으로의 성전환 7주년을 기념해 겉은 핑크색, 속은 파란색인 케이크를 주문했다. 핑크색과 파란색은 트랜스젠더 문화의 상징색으로 종종 쓰인다.

필립스는 이미 2012년 남성 게이(동성애자) 커플의 케이크 주문을 거부하면서 한 차례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작년 6월 필립스에 패소 판결을 내린 1·2심을 뒤집고, 케이크집 주인의 종교적 권리가 침해된 점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로부터 몇 주 뒤 콜로라도주 시민권위원회는 스카디나의 소송에 대해 차별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양자가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필립스가 성별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며 선택하거나 바꿀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연방법원에 주 시민권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번 합의는 필립스가 연방법원 등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스카디나와 벌이고 있는 별도의 법적 분쟁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