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도와주러 한국서 온 시어머니- 미국서 자란 며느리...세대차이로 갈등만

며느리 "아파 죽겠는데 라이드부터 식사까지 챙겨야…불만"
시어머니 "너무 유난스럽게 놀아, 어른 말도 안들어 속터져"
전문가 "신경 예민, 심신안정 필요…충분한 대화와 이해 필요"

#LA에 거주하는 김현지(30·가명)씨는 지난달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 과정에서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을 겪었다. "시어머니가 산후조리 해주신다고 한국서 오셨는데 한달 내내 내가 밥, 청소, 운전 다 하고 유모차 끌고 나가 쇼핑 6시간을 따라다녔다"며 "덕분에 온 뼈 마디마디 바람이 들어서 여름에도 으슬으슬 춥다"고 김씨는 서러움을 토로했다.

최근 출산 뒤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한 산모를 위한 산후조리원, 산후도우미 등을 접할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나 출산한 며느리 혹은 딸을 돕고 싶은 마음에 양가 어머니가 산후조리를 직접 자처하고 나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김씨의 사례처럼 오히려 이런 상황이 '고부갈등'을 더욱 더 증폭시키는 경우도 늘고 있다.

두살 난 딸이 있는 김수연(28·가명)씨는 "산후조리 때 시어머니가 도와주셨는데 서로 감정이 상했다"며 "내몸도 아파 죽겠는데 한국서 오시면 라이드부터 식사까지 다 챙겨야 하고 어차피 비행기 값에 용돈도 드려야 할 바엔 그 돈으로 마음 편히 산후도우미를 고용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이영미(32·가명)씨는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가 산후조리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도움은 커녕 마음의 병만 커졌다. 이씨는 "대부분은 산후조리 핑계로 아기를 보러 오는데 정말 아기 얼굴만 보고 있으니 문제다"라며 "산모가 집안일 다 하고 밤에 아기보고, 시어머니는 낮에만 아이를 보고 미역국만 끓여주고 심심하니 아들이랑 산책을 나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편히 쉴수도 없고 그냥 창 없는 감옥살이 하는 기분이다"고 호소했다.

반면, 이에 맞서는 시어머니 입장도 팽팽하다. 김향숙(58·가명)씨는 "옛날에는 우리도 다 그렇게 시집살이 했다. 애 낳은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몇달씩 몸을 사리냐"며 나무란다. "며느리 먹으라고 미역국 끓여주는데 입맛에 안맞다고 잘 먹지도 않고, 따뜻하게 입으라니까 반팔에 반바지 입고 다니고. 정말 말 안들어서 속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산후조리 고부갈등은 시댁쪽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인혜(31·가명)씨는 "친정 엄마가 10분 거리에 사는데도 산후조리를 1주일 같이 해보고 나서 관뒀다"며 "산후에 우울해지기 쉽고 예민해서 사이좋은 모녀도 다툼이 생겨 엄마랑 1시간만 같이 있어도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랑 아이 앞에서 못볼꼴 다 보이고 더 이상 연락도 잘 안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선 지난 2015년 전국을 휩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최근 '남편 외 외부인 면회 전면 금지' 산후조리원이 확산되고 있다. 면회 금지 이유는 산모 안정과 신생아의 전염병 감염 예방 때문으로, 해당 산후조리원은 "아무 눈치 안보고 맘 편히 쉴수 있다"는 예비 엄마들 사이 입소문이 퍼지며 인기를 끌고있다. 하지만 "갓난 손주 얼굴도 볼 수 없게 하냐"는 시부모와 친정부모 등의 거센 반대에 고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인가정상담소 제인 박 상담사는 "출산이 부부에게 큰 삶의 변화의 첫걸음인 만큼 산모가 예민하고 몸조리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가족들이 잘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절대안정 시기에 다른 것에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산후 우울증의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어떻게 하면 아내가 마음 편히 몸조리를 할 수 있을 지 배려해주는 게 남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또 박 상담사는 "부모가 산후조리에 있어 어떤 부분을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충분한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각자가 산후조리를 겪어온 시간과 경험이 다른만큼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마음의 위로가 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산모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