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판도라의 상자가 등장했다. 절친에 한정된 파장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방송가를 뒤흔들고 있는 가수 정준영의 ‘황금폰’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정준영에게 구속 영장 신청이 검토 중인 가운데, 그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바로 ‘황금폰’이었다. ‘황금폰’의 존재는 지난 2016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첫 등장했다. 당시 게스트로 출연한 지코는 정준영이 메신저 전용으로 사용하고, 마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도감처럼 많은 이들의 연락처가 저장된 ‘황금폰’의 존재를 언급한 바 있다. 현재 해당 방송분의 다시보기는 중단된 상태다.

당시엔 웃고 넘친 ‘황금폰’이었지만, 3년 뒤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준영이 지난 2015년 말부터 2016년까지 지인들과 휴대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과 성관계 사실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영상을 몰래 촬영 및 유포한 사실이 드러난 것. 더불어 휴대폰 속 대화방에서는 경찰 고위 인사와의 친분이 드러나고, 유착을 의심하게 하는 대화가 포착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준영은 지난 14일 첫 경찰 소환 당시 ‘황금폰’을 제출했다. 하지만 ‘황금폰’ 속 내용은 여전히 판도라의 상자가 되고 있다. 단체 대화방을 통해 빅뱅 출신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이 불거졌고,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의 과거 음주운전 사실 및 이를 무마하려 했던 정황도 밝혀졌다. 또한 씨엔블루 이종현, 하이라이트 용준형은 정준영에게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더불어 이들이 방송에서 보였던 모습과 달리 솔직했던 대화 내용이 일부 공개되며 실망을 주기도 했다. 이에 ‘절친’들은 모두 팀을 떠나거나 연예계 은퇴를 급하게 선택했다.

‘절친’에 국한될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이들과의 친분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뜻밖의 곳에서도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KBS ‘뉴스9’를 통해 정준영과 함께 KBS2 ‘1박 2일’의 고정 멤버로 출연한 배우 차태현, 방송인 김준호의 내기 골프 논란이 불거진 것. 단체 대화방에서 차태현과 김준호가 내기 골프를 한 뒤 대화를 나눈 내용이 드러났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차태현과 김준호는 사과와 자숙의 입장을 밝히며, 모든 방송 하차를 선택했다.

방송가에도 비상이 떨어졌다. 정준영이 출연했던 ‘1박 2일’은 3년 전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어떤 방송보다 출연 재개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해 지탄을 받으며 방송, 제작 중단을 알렸다. 지난 17일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한시간 늦게 방송돼 빈자리를 메꾼 바 있다. tvN ‘짠내투어’ 역시 방송분에서 정준영의 분량을 통편집하고, 불가피한 장면은 자막으로 얼굴을 가렸다.

차태현이 출연 중인 MBC ‘라디오스타’에도 비상이 생겼다. 현재 하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차태현의 하차 의지에 따라 공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준호가 출연 중인 KBS2 ‘개그콘서트’, tvN ‘서울메이트2’ 역시 통편집을 결정했다. 정준영을 비롯해 차태현, 김준호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수는 많지 않지만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그 여파가 크다. 방송 흐름에도 큰 역할을 한 이들이기에 제작진 역시 고뇌에 빠졌다.

더불어 이들로 끝나는 것이 아니란 조심스런 예측까지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된 만큼 어떤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지 연예계를 떨게 하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초반에는 정준영의 ‘절친’이나 친분이 있는 이들 위주로 불안해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1박 2일’ 멤버들의 논란까지 불거지며 이들 뿐 아니라 2015~2016년 정준영과 대화를 나눈 이들이 다시 확인을 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연예계 뿐 아니라 해외 연예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대만배우 왕대륙은 당초 새 영화 ‘장난스런 키스’(프랭키 첸 감독)의 홍보를 위해 내한을 결정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승리, 정준영과 친분이 알려지며 연관 의혹까지 제기돼 내한 일정에 대한 우려까지 전해진 바 있다.

이에 왕대륙 측은 “사건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고 내한 일정도 변동 없이 진행한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불똥이 튀며 왕대륙의 내한에 본 목적인 영화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왕대륙 뿐 아니라 중화권 인기 배우들의 이름이 관련 사건과 함께 거론되며 현지 언론도 주목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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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