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멕시코 국경장벽 짓기 위한 예산전용 검토 대상에 한미연합사 시설 포함

[이슈진단]

한미연합사 성남 탱고 지휘통제소와 군산공항 기지 등
예산전용 확정 안됐으나 한미 군사동맹 약화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예산 전용을 검토 중인 국방 분야 건설 사업 가운데 한미연합사의 경기 성남 탱고 지휘통제소와 주한미군 군산공항 기지가 포함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AP·로이터 통신 등 현지 언론은 18일 미 국방부가 의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20여쪽 분량의 국방 분야 건설사업 목록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최종 승인한 내년도 예산안에 자신이 요구한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멕시코 접경지역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행정부는 의회 동의 없이 총 66억달러의 예산을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수 있다.

미 국방부가 전용 검토 대상으로 의회에 제출한 목록에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진행될 총 129억달러(약 14조6000억원) 규모의 사업 수백 개가 담겼다. 미 국방부는 필요할 경우 이 중 36억달러(약 4조800억원)를 전용해 장벽 건설에 쓸 계획이다. 이 목록에는 군용 벙커인 성남 탱고 지휘소 지휘통제 시설과 군산공항 기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탱고(TANGO·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 지휘소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군용 벙커로, 전술 핵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 자체가 극비에 부쳐져 있었지만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알려졌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CP 탱고가 대체수단 없이 사라진다면 지휘 전력에 약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군산공항 기지와 관련해서도 "미 공군이 오산과 군산 두 군데에 있는데, 군산공항 기지가 없어진다면 거의 절반의 전력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목록은 검토 대상 단계로 해당 목록에 대한 예산 전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 목록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직 자금이 지원되지 않은 국방 건설 사업이 모두 포함됐다. 의회는 목록을 검토해 군용 숙소와 막사 그리고 이미 자금이 지원된 사업 등 비상사태 선포로 영향을 받지 않을 사업들을 선별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군사전문가는 "예산 전용 대상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 주요 시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미 군사동맹 약화를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