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계 이민 2세 13세 소년, 버스 테러 위기 수십명 목숨 구해

[이탈리아]

기지 발휘 경찰 신고
伊 시민권 부여 추진

끔찍한 테러 사건을 막는데 공헌한 10대 초반의 어린 소년이 이탈리아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주인공은 지난 20일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에서 중학생 51명을 태운 스쿨버스가 납치돼 전소된 사건을 인명 피해 없이 저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라미 셰하타(13·사진)라는 소년이다. 이집트계 이민 2세로 아직 이탈리아 국적을 얻지 못한 이 소년에게 이탈리아 정부는 국적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언론에 따르면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셰하타는 납치극을 저지른 세네갈 출신 스쿨버스 기사 우세이누 사이(47)의 눈을 피해 경찰에 신고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버스 뒷부분에 타고 있던 라미는 사이가 학생들을 전깃줄로 결박하고 휴대전화를 걷어갈 때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닥에 몰래 떨어뜨려 감춘 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전깃줄을 푼 다음 이슬람식 기도를 하느라 중얼거리는 척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라미는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니 즉시 출동해달라"고 했고, 곧바로 추적에 나선 이탈리아 경찰은 버스를 가로막은 뒤 뒷유리창을 깨고 전원 무사히 구해냈다.

라미는 부모가 2001년 이탈리아에 넘어온 이후인 2005년에 태어났지만 아직도 이집트 국적으로 살고 있다. 이탈리아가 자국 국민에게서 태어난 사람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민주당 정부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5년 이상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민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범한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연립정부에 가로막혀 논의가 중단됐다.

라미가 수십명의 목숨을 구한 영웅으로 떠오르자 그에게 국적을 주자는 여론이 강하다. 이민자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검토해보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살비니는 반대로 "범인에 대해서는 국적을 박탈할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에 대해 국적을 빼앗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