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못지 않은 역투였다. LA 다저스의 류현진(32)이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기분 좋게 2019시즌을 시작했다.
박찬호에 이어 18년 만에 메이저리그 개막전 한국인 선발 투수로 거듭난 류현진은 2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솎아내고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여러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팀이 7-1로 앞선 가운데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뒤 6회 말 공격에서 대타 알렉스 버듀고와 교체됐다.
류현진의 호투에 다저스 타선은 홈런 퍼레이드를 펼치며 화답했다. 다저스는 이날 모두 8개의 아치를 담장 밖으로 넘겼는데 이는 다저스 사상 한 경기 최다 홈런이다. 또 개막전 한 팀 8개 홈런도 종전 기록을 2개나 뛰어넘는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이다.
마운드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로 다저스는 애리조나를 12-5로 대파했다.
애리조나 선발 잭 그레인키는 홈런 4개를 내주면서 조기 강판됐다. 3.2이닝 동안 7피안타(4피홈런) 2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1회부터 류현진의 구속과 제구 모두 안정적이었다. 93마일의 포심부터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첫 타자 애덤 존스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그는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그러나 8구째 절묘한 몸쪽 커터를 앞세워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 에두아르도 에스코바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윌머 플로레스와 데이비드 페랄타를 연달아 삼진으로 잡으면서 1회를 마쳤다. 페랄타는 루킹 삼진으로 따돌렸다. 2회 세 타자 모두 유격수 땅볼로 제압한 류현진은 3회에도 첫 타자 존 라이언 머피를 삼진으로 잡는 등 연속 삼자 범퇴로 처리했다.
4회엔 단 9개의 공으로 끝냈다. 패스트볼이 인상적이었다. 에스코바를 바깥쪽 패스트볼, 플로레스를 92마일 포심 패스트볼로 연달아 삼진처리했다. 다음 타자 페랄타는 공 1개로 3루 땅볼 처리했다. 5회 2사에서 아메드에게 2루타를 허용, 이날 첫 장타를 내줬지만 머피를 포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무실점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6회 존스의 노림수에 걸렸다. 첫 타자 코츠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존스와 승부에서 초구 커브가 덜 떨어지면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플로레스, 페랄타를 각각 1루 팝플라이, 3루 파울 팝플라이로 처리하면서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이날 작 피더슨과 키케 에르난데스가 나란히 홈런 2개씩 터뜨리며 주도했다. 피더슨은 5타수 3안타(2홈런) 4타점을, 에르난데스는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을 각각 기록했다. 류현진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어스틴 반스도 홈런 1개를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1회 첫 타자 피더슨이 좌전 2루타를 터뜨린 데 이어 코리 시거가 볼넷을 골라냈다. 저스틴 터너가 3루 땅볼로 물러날 때 피더슨은 3루, 시거는 2루로 진루했다. 1사 2,3루 기회에서 맥스 먼시가 상대 선발 그레인키의 초구를 타격, 1루 땅볼 아웃으로 물러났지만 피더슨이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따냈다. 2회 역시 반스의 안타, 류현진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피더슨의 투런포가 터졌다. 4회엔 홈런 3개가 쏟아졌다. 에르난데스~반스의 백투백 홈런이 터졌다. 에르난데스가 무사 1루에서 그레인키의 3구째 커브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로 연결했다. 이어 반스도 몸쪽 높은 공을 공략해 솔로포를 터뜨렸다. 여기에 2사에서 시거의 솔로포까지, 점수 차가 7-0으로 벌어졌다. 결국 그레인키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다저스의 '홈런 쇼'는 이어졌다. 류현진이 물러나고 7-1로 앞선 6회 말 공격에서도 2사 1루에서 피더슨이 바뀐 투수 맷 코츠로부터 비거리 134m짜리 투런포를 가동했다. 이어 7회에도 먼시~코디 벨린저~에르난데스가 나란히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애리조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