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박사·의사 등 핵심인재 등돌려…中·印보다 인구대비 유출 심각 '비상등'

[이슈진단]

"한국은 전공 살릴 기회 적고 봉건적"
미국서 학위한국갔다 다시 미국행

이공계 박사 학위 이상 소지자와 의사 등 최우수 두뇌급 인재 1,500여명이 매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 세계에서 미국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의 인재유출 규모와 인구 수를 비교하면 한국의 인재유출 규모가 이들 국가보다 커 비상등이 켜졌다고 서울경제가 미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고급인재 취업이민 통로인 EB-1과 EB-2를 통해 한국인 5,745명에게 이민비자를 발급했다. 1,340명이 EB-1으로, 4,405명이 EB-2로 이민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떠났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1,500명의 최우수두뇌급 인재가 미국으로 떠난 셈이다.

EB-1은 최우선 전문직 취업이민으로 노벨상 수상자 등 걸출한 능력과 미국 사회에 꼭 필요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주로 국제적으로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대학교수 등 연구자와 미국 업체 및 다국적기업 임원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다. EB-2는 고급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2순위 취업이민으로 EB-2 내의 NIW 는 노동허가(LC)나 현지 고용주가 없어도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 미 국무부가 이민비자를 발급한다. 한국에서 EB-2를 통해 미국에 이민하는 사람의 90%가 NIW를 통해 영주권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는 핵심인재에 대한 배려가 없고 과거부터 정부는 핵심인재 육성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으로 떠나는 인재들까지 합한다면 인재유출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기업에 스카웃돼 한국에 들어와 일하다가 7년만에 다시 미국으로 이민간 한 30대는 "한국에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알아봤지만 갈 수 있는 기업이 고작 한두 개에 불과했다"며 "미국에서는 전공을 살릴 일자리도 풍부하고 지역과 연봉에 따라 골라서 일할 수 있는 만큼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