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속도]

미국 대학생들, 학자금 마련위해 졸업후 소득 일부 미리 판매 계약
금융가, 대졸자 임금프리미엄 겨냥'소득배분약정' 신종 상품 인기
대학생을'소기업'으로 간주'주식'투자하듯…퍼듀 등 대학들 도입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의 미래의 한 조각을 주식으로 간주하는 투자자에게 판다?

연봉 5만 달러(5700만 원)를 버는 에이미 우로블루스키는 대학 때 투자자와 맺은 약정에 따라 현재 매달 279 달러를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8년 6개월. 현재 23세인 그는 연봉이 오르면 그에 따라 이 금액의 최대 2배까지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단, 실직해 수입이 없는 때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그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학자금을 빌려준 투자자는 그가 다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로블루스키가 졸업 후 미래에 벌어들일 자신의 수입의 일부를 주기로 하고 학자금을 조달한 이런 '소득 배분 약정(ISA)'은 뉴욕의 금융가 입장에서 보면, 우로블루스키를 작은 기업으로 간주하고 주식 투자하듯 학자금을 빌려준 신종 금융상품이다.

우로블루스키의 사례를 소개한 블룸버그닷컴 최근자에 따르면, 그가 자신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근면성 등을 포함한 투자 가치에 대한 심사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인들이 지고 있는 학자금 빚은 총 1조5천억 달러. 빚진 개인은 물론 미국 경제 전체를 짓누르는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에선 대학 졸업자들이 그 미만 학력자들보다 평생 평균적으로 100만 달러 더 번다. 금융가는 이러한 임금 프리미엄을 주식처럼 위험과 수익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투자 상품으로 간주해 학자금 대출 시장에 신종상품을 갖고 뛰어든 것이다.

ISA에 투자한 헤지펀드 운영자인 척 트래프턴은 "고등교육 시장에 현재는 빚만 보이지만, 앞으로 5년 후엔 완전히 새로운 증권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ISA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미 ISA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일부 세계 최대 투자사들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자산관리사 블랙스톤 그룹은 대학 측의 ISA 도입 수요를 예상해 '교육금융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ISA 시장은 수천만 달러 수준이어서 학자금 대출로 생성된 자산유동화증권 1천700억 달러에 비해 미미하다. 외부의 투자사들이 학생의 미래를 주식화해서 투자하는 것을 허용한 대학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6년 ISA를 시작한 퍼듀 대학을 필두로 몇 개 대학은 이미 이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고 유타대학도 최근 시험 도입 방침을 밝혔다.

학교 측은 일반 시중 은행 대출보다 조건이 좋은 정부 지원 대출을 우선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그게 소진되면 ISA 쪽으로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결국 후회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닷컴은 지적했다.

ISA를 통해 돈을 빌린 학생들이 고액 연봉일수록 빌린 액수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퍼듀 대학 측은 상환 한도를 빌린 돈의 2.5배로 한정했다. 또한 연봉이 2만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계속 일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은 한 푼도 상환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등 학생 보호장치를 뒀다.